[더구루=김현수 기자] 국소 소염진통제 '케토톱'을 통해 안정적인 현금 창출원(캐시카우)을 확보한 한독이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케토톱이 창출한 막대한 현금을 신약 연구개발(R&D)에 집중 투입하며, 만성질환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항암제·희귀질환·디지털헬스케어로 사업 영역을 빠르게 다각화하는 모습이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독이 2014년 태평양제약 인수 직후 첫 완전연도였던 2015년 204억원이던 케토톱 매출은 지난해 443억원으로 10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었다. 인수 후 12년간 누적 매출은 4692억원에 달한다.
◇케토톱, 담도암 이중항체 등 신약 개발 '마중물'
회사는 케토톱을 통해 벌어들인 자금을 신약 개발에 아낌없이 투입했다. 같은 기간 누적 연구개발비는 2747억원으로, 케토톱 누적 매출의 58.5%에 달하는 규모다. 매년 200억~350억원대의 R&D 비용을 꾸준히 집행하며 신약 개발을 위한 실탄을 충전해 왔다.
가장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항암제다. 핵심 파이프라인은 2020년 12월 에이비엘바이오로부터 국내 권리를 도입한 담도암 이중항체 신약 '토베시미그(HD-B001A)'다. 국내 임상 2상을 성황리에 마친 후, 미국 파트너사인 컴퍼스 테라퓨틱스(Compass Therapeutics)가 이어받아 미국과 한국에서 글로벌 임상 2/3상('COMPANION-002')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파클리탁셀과의 병용요법에서 객관적반응률(ORR) 17.1%를 기록해 단독요법(5.3%) 대비 3배 이상 높은 효과를 입증했으며 무진행생존기간(PFS) 목표치도 충족했다. 2024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토베시미그는 올해 하반기 학회에서 전체 데이터를 공개한 뒤 FDA와 생물의약품허가신청(BLA) 절차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시장조사기관 포춘비즈니스인사이츠 조사결과 전 세계 담도암 치료제 시장은 지난해 12억9000만 달러(약 1조9000억원)에서 2034년 37억8000만 달러(약 5조58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미충족 수요가 큰 시장인 만큼 상업화 시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포트폴리오 다각화…희귀질환 치료제 수직상승
한독은 오픈이노베이션과 외부 치료제 도입을 병행하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다. 항암 분야에서는 사노피의 대장암 항암제 엘록사틴(Eloxatin, 성분명 옥살리플라틴)과 잘트랩(Zaltrap, 성분명 애플리버셉트)의 국내 독점 판매권을 확보했다. 이들 두 제품으로 1분기에만 86억원의 신규 매출을 올렸다.
항암 사업 전체 매출의 경우 1분기 120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3년간 급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 빅시오스(Vyxeos, 성분명 리포솜 시타라빈/다우노루비신)와 담관암 치료제 페마자이레(Pemazyre, 성분명 페미가티닙)의 보험급여를 확보했다. 림프종 치료제 민쥬비(Minjuvi, 성분명 타파시타맙)는 적응증을 미만성 거대B세포림프종(DLBCL)에서 소포성림프종(FL)으로 넓혔다. 면역항암제 자이니즈(Zynyz, 성분명 레티페리맙)의 국내 허가도 추진 중이다.
희귀질환 사업의 성장도 눈길을 끈다. 지난 1분기 희귀질환 치료제 매출은 2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9% 증가했다. 발작성야간혈색소뇨증(PNH) 치료제 엠파벨리(Empaveli, 성분명 페그세타코플란)는 적응증을 C3사구체병증(C3G)과 면역글로불린 매개 막증식성사구체신염(IC-MPGN)까지 확대했고, 파브리병 치료제 갈라폴드(Galafold, 성분명 미갈라스타트)는 보험급여 적용 범위를 넓혔다. 중증근무력증 치료제 비브가트(Vyvgart, 성분명 에프가티지모드)도 새로 도입했다. 합작법인 '한독소비'를 세워 희귀질환 사업 확장을 위한 운영 기반도 마련했다.
디지털헬스케어 강화했다. 2021년 지분투자한 웰트와 함께 불면증 디지털치료기기 '슬립큐'를 키우고 있다. 슬립큐는 인지행동치료(CBT-I)를 모바일 환경에 구현한 처방형 디지털치료기기다. 2024년 디지털헬스케어 전담조직을 신설한 데 이어 올해는 이 조직을 전문의약품 사업부 산하로 편입하고, 디지털치료기기 전담 영업조직 'DSL(Digital Solution Liaison)'을 구성해 처방 확산을 위한 실행 체계를 갖췄다.
한독 관계자는 "오픈이노베이션을 연구개발 전략의 한 축으로 삼고 있으며, 토베시미그는 그 대표적인 성과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뇨·고혈압 등 만성질환 사업 기반 위에 항암과 희귀질환, 디지털헬스케어를 새로운 핵심 성장축으로 삼아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