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홍성환 기자] 미국 정부가 태양광 패널과 반도체의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에 대한 최저 가격제 도입과 관세 부과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 폴리실리콘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영국 로이터 통신은 4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폴리실리콘 및 파생 제품에 대한 최저 가격제와 관세를 결합한 규제를 준비하고 있다"며 "이달 말 공개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는 미국이 폴리실리콘을 AI와 에너지 분야에서 중국과 경쟁하기 위한 전략의 핵심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초고순도 물질인 폴리실리콘은 태양광 패널과 반도체 제조의 첫 단계에 쓰이는 필수 소재다.
소식통은 "이 계획은 미국산 웨이퍼와 태양전지 생산에 투자하는 수입업체들이 보호 무역 조치와 관련된 비용을 상쇄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언급했다.
미 상무부는 앞서 지난해 7월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폴리실리콘에 대한 국가안보 영향 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특정 품목의 수입이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될 경우 관세 등 적절한 조치를 통해 수입을 제한할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2기 출범 이후 이 법을 근거로 철강과 알루미늄,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에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중도 성향의 미 싱크탱크 '민주주의 수호재단'은 "중국은 보조금과 만성적인 과잉 생산을 통해 폴리실리콘 시장을 장악했다"며 "이로 인해 가격이 지속 가능한 수준 이하로 떨어지고 경쟁업체의 부담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저 가격제와 관세를 결합하면 미국 기업에게 생존할 여지를 줄 수 있다"면서도 "국내 웨이퍼 및 셀 생산 능력이 확충되는 동안 소재 공급이 충분히 유지되도록 정책을 신중하게 조정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폴리실리콘에 대한 규제 소식이 알려지면서 코닝, 도요, T1에너지 등 미국 증시에 상장된 태양광 제조업체의 주가가 일제히 상승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정책 목표인 반도체 산업 재부흥은 태양광 산업과 연관성이 높다. 태양광 산업 활성화로 폴리실리콘 수요가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폴리실리콘 생산을 뒷받침하기 때문이다. 반도체 산업은 전 세계 폴리실리콘 수요의 2.4%를 차지한다.
론 레시 도요 최고전략책임자(CSO)는 로이터에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실제로 태양광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고 전했다. 도요는 텍사스주 휴스턴에 태양광 패널 공장을 운영 중이며, 인근에 태양전지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미국 태양광 제조업은 2022년 세제 인센티브 도입 이후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패널 조립에 집중돼 있고, 웨이퍼와 셀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웨이퍼와 셀은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한 분야다.
도요, 큐셀, 코닝, 캐나디안솔라, T1에너지 등 미국에 태양광 공장을 둔 기업들은 연방정부의 청정에너지 보조금과 연계된 엄격한 미국산 제품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미국 내 신규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미 태양에너지 제조업체 협회와 미국 의회 의원들은 최근 상무부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국내 폴리실리콘, 웨이퍼, 태양전지 생산이 확대될 때까지 한국의 OCI홀딩스와 독일 바커와 같은 비(非)중국계 업체로부터의 수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로이터는 "미 정부가 자국 생산업체를 지원하는 것과 데이터센터 열풍 속에서 수요가 급증하는 반도체와 태양광 패널의 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야 한다"며 "태양광 발전업체와 반도체 구매자들은 관세 부과로 태양광 발전소 건설 비용이 증가하고 가전제품과 자동차 등 제품 가격이 상승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