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길소연 기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LIG디펜스&에어로스페이스(LIG D&A)가 군수품 판매는 물론 유럽 전역의 방산 산업 허브로 부상한 독일 시장로의 진출을 확대한다. 러시아의 위협에 대응해 독일 정부가 국방 예산을 대폭 늘리면서 국내 기업은 물론 글로벌 방산업체들이 현지 사무소 설립 및 합작 투자를 통해 유럽 방산 시장의 거점 확보와 현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방위비 지출 확대와 국방 현대화를 골자로 한 독일의 군사력 증강이 유럽 전역의 조달과 산업 우선순위를 재편하면서 글로벌 방산 공급망을 자국 중심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27일 영국 경제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즈(Financial Times, FT)에 따르면 독일의 국방비 급증으로 한국은 물론 노르웨이, 핀란드, 호주 등 글로벌 방산 기업들의 주요 진출지로 부상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LIG D&A, 콩스버그(Kongsberg), 아이스아이(ICEYE) 등은 지난 12개월 동안 독일 내 지사를 설립하며 증가하는 군사비 지출과 산업 역할 확대에 대비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독일 현지 법인 설립과 영구 거점을 확보했다. 자본금 2만5000유로(약 3700만 원)를 투입해 베를린에 '한화 디펜스 도이치랜드(Hanwha Defence Deutschland GmbH, 이하 HDD)'를 신설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현지 거점을 활용해 유럽에서 입증된 한화의 무기체계를 알리고 전력 공백 해소에 기여하겠다는 구상이다.
알렉스 웡(Alex Wong) 한화그룹 글로벌 최고전략책임자(CSO)는 "독일은 독일군에 제품을 판매하는 것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의 방산산업 허브로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며 "기회의 규모를 고려할 때 독일 방산 시장에 대한 깊은 지식을 갖춘 인력과 상주 거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독일 진출을 위해 현지 최대 방산기업 라인메탈 출신 핵심 인재도 영입했다. 라인메탈에서 10년 이상 경력을 쌓은 토르스텐 쿠츠(Thorsten Kutz)를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영입했다. 방산 분야와 정계에서 15~20년 경력을 쌓은 대관 담당자도 채용해 인프라 안정화, 파트너십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본보 2026년 4월 22일자 참고 : [단독] 한화 김동관, '유럽 방산 심장부' 독일 본격 진출…라인메탈 출신 핵심 인재도 영입>
LIG D&A는 유럽의 역내 방산 우선 구매 기조(EDIS)를 돌파하기 위해 라인메탈과 손잡고 현지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LIG D&A는 라인메탈과 방공 시스템 합작사를 설립해 북대서양조약기구(NOTO, 나토) 미사일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다. 단기적으로 라인메탈이 과반수 지분을 보유하는 합작사를 설립하고, 다층 방공 시스템과 미사일, 탄약에 대한 높은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양사의 지식과 역량을 결합해 신형 미사일을 공동 개발한다. <본보 2026년 6월 16일자 참고 : LIG D&A '천궁-II' 유럽시장 출사표…독일 라인메탈과 합작사 설립>
직접 수출 제한을 극복하고자 유럽 현지에서 직접 개발, 생산, 판매하는 구조를 구축하는 LIG D&A는 합작사를 통해 나토 미사일 시장 공략 및 안정적 공급망 체계를 마련한다.
노르웨이 콩스버그도 최근 1년 사이에 독일에 공식 사무소를 열고 현지화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고, 핀란드의 초소형 합성개구레이더(SAR) 위성 기업인 아이스아이는 라인메탈과 설립한 합작 법인 '라인메탈 아이스아이 스페이스 솔루션즈(RISS)'를 통해 현지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드론을 무력화하는 고정밀 레이저를 제조하는 호주 일렉트로 옵틱 시스템즈(Electro Optic Systems)는 유럽 국방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본사를 호주 캔버라에서 독일과 네덜란드를 포함한 중유럽으로 이전을 검토 중이다.
안드레아스 슈베르(Andreas Schwer) 일렉트로 옵틱 시스템즈 최고경영자(CEO)는 "지정학적 요인으로 인해 유럽의 향후 국방비 지출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은 수십 년간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국방비를 유지해 온 독일의 군사 정책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왔다"고 밝혔다.
독일 당국은 일반적으로 비유럽 제조업체로부터 완제품 시스템을 구매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지만, 외국 기업이 현지 공급망에 참여하거나 라인메탈과 같은 자국 기업과 합작 투자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개방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방산 기업들의 진출 속도를 높인다.
독일은 러시아발 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향후 5년간 7000억 유로(약 1130조원) 이상을 국방비로 책정하며 국방 지출과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Friedrich Merz) 총리는 지난해 총선 승리 후 국방비를 독일의 차입 한도에서 제외하고 독일 연방군을 유럽 최강의 정규군으로 만들겠다고 공약하며 대규모 국채 발행을 통해 군비를 확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2039년까지 유럽 최강의 재래식 군대를 구축한다는 전략 아래, 천문학적인 국방 예산을 투입하며 독일 방위산업 전반에 강력한 활력을 불어넣는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