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내부서 터져 나온 '불협화음'…K2 전차 현지화 과정서 뜻밖의 이견 속출

엔진 정비 거점·기술보호 요건 이견
현지 생산·기술이전 협상 진통

 

[더구루=김예지 기자] 현대로템과 폴란드 방산 당국 간 K2 전차 현지 생산 및 기술 이전을 둘러싼 협상 과정에서 양측의 이견이 노출되고 있다. △전차 엔진 정비 거점 △기술보호 요건 △전문인력 교육비 등을 놓고 입장 차이가 나타나면서다. 다만 이번 사안은 K2PL 사업 자체가 중단되거나 무산된 것이 아니라, 완제품 도입을 넘어 폴란드 내 생산·정비 역량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양측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가운데 나타난 '불가피'한 진통의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다.

 

3일 폴란드 일간지 레제치포스폴리타(Rzeczpospolita)에 따르면 현재 현대로템과 폴란드 측 간의 K2 전차 현지 생산 및 기술 이전 실무 협상 과정에서 기술보호 요건과 전차 엔진 정비 거점 위치 등을 두고 여러 견해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정비 거점 지정과 기술 문서 공유 범위 등을 둘러싸고 양측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산업협력 과정에서 일부 진통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폴란드 육군은 지난 2022년 체결된 1차 계약을 통해 도입한 180대를 포함해 총 200대 이상의 K2 전차를 운용하고 있다. 이어 지난해 8월에는 180대를 추가 도입하는 2차 계약이 체결됐다. 이 가운데 116대는 기존 K2GF 사양으로 2026~2027년에 인도되며, 나머지 64대는 K2PL 사양으로 2028~2030년에 공급될 예정이다. 특히 K2PL 전차 중 61대는 폴란드 부마르 와벤디(Bumar-Łabędy) 공장에서 최종 조립된다. 현대로템은 이와 별도로 2026~2034년을 대상으로 하는 3차 이행계약(EC3)도 협의하고 있다.

 

이번 협력은 단순한 완제품 구매를 넘어 폴란드 방산업계의 독자적인 생산·정비 역량을 확보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폴란드 군비청은 지난해 12월 현대로템과 K2GF 및 K2PL의 유지·보수·정비(MRO) 기술 이전을 위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군비청이 확보한 MRO 라이선스 권한을 부마르 와벤디에 서브라이선스로 부여하는 구조로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대규모 방산 협력의 이면에서 실무적인 마찰음도 커지고 있다. 폴란드 측은 한국의 기술보호 요구가 지나치게 포괄적이라고 지적하는 반면, 한국 측은 민감한 기술 정보 공유에 신중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기술문서가 한국어로만 제공되거나, MRO 전문인력 교육 비용이 과도하게 책정됐다는 폴란드 측의 불만도 제기됐다.

 

전차 엔진 정비 거점의 위치도 핵심 쟁점이다. 한국 측은 엔진 관련 기술 이전을 폴란드 포즈난(Poznań) 군용 자동차 공장(WZM)보다 부마르 와벤디에 배치하는 방안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폴란드 국영방산그룹(PGZ)은 K2 전차 엔진 정비·수리 거점으로 WZM을 추천하고 있다. WZM과 현대로템 간의 해소되지 않은 과거 갈등도 변수다. WZM은 과거 현대로템과 협상하는 과정에서 관계자의 공장 출입을 제한하고 인프라 투자 비용 공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전례가 있다. 당시 컨소시엄 해체와 텀시트(Term Sheet)를 둘러싼 이견 등 양측 간 쌓인 불신이 여전한 상태다.

 

아울러 한국 측이 WZM을 선호하지 않는 배경에는 해당 업체가 이미 폴란드군의 레오파드 2(Leopard 2) 전차 엔진을 정비하고 있다는 점도 꼽힌다. 경쟁 기종의 정비 역량을 보유한 업체에 K2 핵심 엔진 기술이 넘어가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작용한 셈이다. 다만 서로 다른 전차의 정비 업무를 분리하는 방식으로 조율할 여지도 있다는 평가다.

 

이 같은 이견과 투자가 과도해진 부담 등으로 인해 부마르 미쿨치체(Bumar-Mikulczyce)와 타르누프 기계공장(Zakłady Mechaniczne Tarnów) 등 일부 폴란드 방산업체들은 프로젝트 참여를 포기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 기업과 기관은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으며 진화에 나섰다. 폴란드 국영방산그룹(PGZ) 관계자는 "K2 전차 기술 이전 작업은 예정된 일정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면서도 "관련 업체들의 참여와 관련해 추가적인 상업 협상과 기술 분석이 진행 중"이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아꼈다. 이어 "이 과정에서 부마르 미쿨치체와 부마르 와벤디의 통합 절차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경태 현대로템 유럽방산법인장은 "K2 전차 공급과 현지화의 모든 단계에서 폴란드 파트너들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방산 분야 협력 협상은 기밀성을 갖고 있어 추가적인 정보를 제공하기 어렵다"며 구체적인 내용 공개를 삼갔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K2PL 사업 자체의 위기라기보다는 현지 생산·정비 체계를 다지는 과정에서 나타난 한·폴란드 간 이해관계 조정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기본협약상 최대 1000대에 달하는 장기 프로젝트인 만큼, 한국 역시 과거 미국과의 협력을 통해 자체적인 전차 생산 역량을 확보하기까지 수십 년이 걸렸듯 폴란드의 현지화에도 장기간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향후 추가 실행계약 체결 여부와 함께, 양측이 엔진 정비 거점과 기술보호, 비용 문제 등에 대한 합의점을 원만히 도출하고 현지화 로드맵을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배너

K방산

더보기




더구루 픽

더보기

반론 및 정정보도요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