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김예지 기자] 삼성전자가 공공 조달 시장의 '아성'으로 꼽히는 학교용 태블릿 분야에서 애플 중심의 조달 구조에 제동을 걸었다. 독일 법원이 기존 시스템과의 호환성 등을 이유로 특정 브랜드 제품을 지정해 진행한 조달 입찰에 제동을 걸면서, 향후 독일 지자체의 디지털 기기 조달 관행에도 적잖은 '파장'이 예고된다.
3일 뒤셀도르프 고등법원에 따르면 공공조달 재판부(사건번호 VII-Verg 38/25)는 전날 다텔른시가 학교용 태블릿을 애플 아이패드로 특정해 진행한 조달 절차를 다시 진행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다텔른시는 당초 600여 대의 애플 태블릿을 공개 입찰 방식으로 조달하려 했지만, 이번 결정으로 새로운 입찰 절차를 밟게 됐다.
이번 법적 공방은 다텔른시가 관내 학교들의 노후 태블릿 교체 및 추가 구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이미 다텔른시 학교 현장에는 코로나19 시기 도입된 기기를 포함해 2700대 이상의 아이패드가 사용되고 있다. 시 측은 교사와 학생들이 이미 이 기기에 익숙하고, 모바일 기기 관리(MDM) 시스템을 바꾸려면 큰 부담이 따른다는 이유로 애플 아이패드를 제품 사양으로 못 박아 공고를 냈다.
반면 삼성은 신규 공공계약인 만큼 경쟁 절차가 보장되어야 하며, 기존에 아이패드를 사용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후속 구매까지 애플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맞섰다.
앞서 지난해 8월 1심인 베스트팔렌 공공조달심판위원회에서는 시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에 경쟁에서 원천 배제된 삼성이 즉시항고하면서 사건은 뒤셀도르프 고등법원으로 넘어갔다. 수개월간 이어진 법적 공방 끝에 고등법원이 삼성 측 손을 들어주면서 판세가 뒤집혔다.
뒤셀도르프 고등법원 조달재판부는 결정문을 통해 공공기관이 특정 제조사를 지정하여 입찰을 진행하는 행위는 엄격한 예외 요건을 충족해야 하며, 단순한 추정적 호환성 문제나 포괄적인 경제성 논거만으로는 정당화될 수 없다고 명시했다. 특히 기존 태블릿을 관리하는 MDM 시스템을 변경할 때 필요한 작업량과 비용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가 부족했고, 서로 다른 제조사의 태블릿을 혼용할 경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 역시 지나치게 추상적이라고 지적했다. 즉, 기존에 특정 제조사의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향후 조달에서도 해당 제조사를 자동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다만 법원은 특정 제조사 제품을 지정하는 입찰 자체가 원칙적으로 금지되는 것은 아니며, 기존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환경과의 호환성 및 전환 비용 등의 사유가 객관적으로 입증된다면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는 여지도 남겼다.
삼성은 이번 결정에 대해 "공정한 경쟁을 촉진하고 학교가 교육적·기술적·경제적 기준에 따라 장기적으로 기술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목표"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번 결정은 법적으로 다텔른시의 해당 조달 사건에만 국한되지만, 독일의 많은 지자체가 기존 인프라 유지를 이유로 이미 사용 중인 시스템을 계속 활용하려는 상황에서 중요한 시그널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추진한 '학교 디지털 협약'을 통해 보급된 기기의 교체 수요가 이어지는 가운데, 'DigitalPakt 2.0'을 통해 향후 5년간 50억 유로(약 7조 8000억원)가 투입될 예정이어서 지자체들의 조달 관행에도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이번 판결은 기존에 특정 제조사를 썼다는 이유만으로 후속 입찰에서도 이를 자동 지정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소송 기간 신규 태블릿 구매가 중단되면서 현재 다텔른시에서는 6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새 기기를 기다리고 있으며, 재입찰을 거치면 실제 기기 수령은 내년에야 가능할 전망이다. 이 같은 진통 속에서 독일 학교용 태블릿 시장에 애플 중심의 조달 구조를 넘어 경쟁사가 진입할 문호가 넓어질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