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조 3.0시대 ㊦] 규제만 쏟아지고 육성책은 ‘제로’…'제2의 보험업' 기로

지배주주 신용공여 50% 제한…8월 국회 본회의 통과
10월 공정위 특수거래감시팀 출범…감독 기능 강화
"규제와 육성 균형 맞춰야"…업계, 진흥법 제정 목소리

 

[더구루=김현수 기자] 가입자 1131만 명, 선수금 11조 3544억 원. 장례용품이나 치러주던 ‘상조(相助)’가 어느새 국민 5명 중 1명이 가입한 거대 금융·복지 산업으로 덩치를 키웠다. 시장이 가파르게 자라자 정부와 국회도 소비자를 보호하겠다며 규제의 그물망을 촘촘히 조여 왔다. 하지만 정작 상조업을 보험업처럼 번듯한 제도권 산업으로 안착시킬 ‘육성책’은 수년째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상조업체의 지배주주·특수관계인에 대한 신용공여를 자본금의 50%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의 할부거래법 개정안이 지난달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담긴 내용을 보면 지배주주가 신용공여 한도를 넘길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 벌칙 조항이 신설됐다. 소비자가 낸 선수금을 회사(지배주주)가 무한정 운용하지 못하도록 제한한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는 선불식 할부거래업자에 대한 실태조사권과 자료제출 요구권이 새로 주어졌고, 소비자가 계약 내용과 선수금 운용 현황을 확인할 수 있는 정보시스템 구축 근거도 마련됐다.

 

시장 충격을 고려해 단계적 유예기간을 뒀다. 신용공여 제한 조항은 법 공포 1년 뒤부터 적용되며, 이미 한도를 초과해 자금을 빌려준 업체는 그 시점부터 1년의 유예기간을 더 얻는다. 실제 규제 처벌까지는 약 2년의 정비 기간이 주어지는 셈이다.


이번 개정안은 여야 의원들이 앞다투어 낸 7건의 법안을 하나로 모아 통합 처리됐다. 더불어민주당 허영·박상혁·강준현·민병덕 의원과 국민의힘 박성훈·강민국 의원 등이 초당적으로 뜻을 모았다


국회의 규제 강화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 3월 김남근 민주당 의원 등 20인은 공정위 조사에 불응하는 사업자에 대해 이행강제금과 과징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발의해 계류 중이다. 공정위 역시 오는 10월 시장감시국 산하에 할부거래법과 방문판매법을 전담하는 ‘특수거래감시팀’을 신설해 감독의 칼날을 더 날카롭게 세울 예정이다.

 

문제는 정부와 정치권이 ‘소비자 보호’라는 명분 아래 규제에만 속도를 내면서, 산업을 키울 정책은 뒷전으로 내팽개쳤다는 점이다. 정부와 국회가 소비자 보호를 위한 규제 정비에 속도를 내는 사이, 산업을 키우기 위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실제로 과거 기획재정부가 상조 전문 인력 양성, 상조 관리자 자격증 신설 등을 골자로 한 ‘상조산업 진흥법’ 연구용역을 의뢰하는 등 육성책을 검토한 바 있으나 논의는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이번 22대 국회 들어 발의된 상조 관련 법안 10건 역시 예외 없이 감시와 처벌을 강화하는 ‘할부거래법 개정안’뿐이다. 산업 진흥법안은 단 한 건도 제출되지 않았다.

 

상조 업계 관계자는 "규제 일변도의 정책은 산업의 성장 동력을 꺾고 결과적으로 소비자 선택권과 서비스 품질을 저하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며 "11조 원 시장을 그저 통제 대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국가 경제의 한 축으로 인정하고 규제와 육성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제도적 지원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남궁주현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가장 중요한 가치는 소비자 보호지만, 상조업에만 과도한 잣대를 대기보다 실질이 유사한 이종 업종 전반에 균형 있는 관리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정부와 업계, 소비자가 산업의 지향점을 공유하고 지속적인 대화에 나서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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