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진유진 기자] 오뚜기가 '내수 중심 식품사'라는 묵은 틀을 깨고 글로벌 시장을 향해 깃발을 내걸었다. 국내 라면 시장 2위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으나, 극심한 내수 침체와 원가 부담이 겹치면서 해외 사업 확장이 외형 성장을 넘어 기업의 생존을 판가름할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오뚜기는 해외 생산·유통 인프라를 전면 대폭 늘려 오는 2030년까지 해외 매출 1조10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오뚜기의 해외 매출은 지난 2019년 2110억원에서 지난해 4097억원으로 6년 만에 94.2%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 해외 매출 역시 전년 동기 대비 12.3% 늘어난 2205억원을 기록하며 성장세를 유지했다.
전체 매출 내 해외 비중은 11.6%까지 확장됐으나, 경쟁사들의 해외 매출 비중이 40~80%대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글로벌 영토 확장은 한시가 급한 숙제다. 오뚜기는 오는 2030년까지 해외 매출 비중을 30%대까지 끌어올린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오뚜기가 해외 영토 확장의 전진기지로 낙점한 곳은 미국과 일본이다.
가장 공을 들이는 북미 시장에선 캘리포니아주 라미라다 공장 착공으로 현지화의 물꼬를 텄다. 인허가 절차를 마치고 지난 7월 첫 삽을 뜬 해당 공장은 내년 말 완공해 2028년 본격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공장이 가동되면 물류비 절감은 물론 현지 소비자의 입맛에 맞춘 라면·소스·가정간편식(HMR)을 적기에 공급할 수 있게 된다.
유통망과 제품 포트폴리오 다변화도 거침이 없다. 대표 브랜드 '진라면'으로 캘리포니아 북부 코스트코 입점에 성공한 데 이어, 현지 반응이 뜨거운 '치즈라면'과 수출용 붕어빵 4종 등을 앞세워 영토를 확장 중이다.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오뚜기아메리카홀딩스 대표에 오너 3세 함연지 씨의 남편 김재우 대표를배치해 신속한 의사결정과 유통 채널 확대를 직접 챙기도록 힘을 실었다.
일본 시장 공략 역시 본격화됐다. 오뚜기는 도쿄에 판매법인 '오뚜기재팬'을 설립하고 권홍봉 전 진로재팬 대표를 선임했다. 오뚜기가 해외 법인을 세운 것은 19년 만의 일이다. 이사회에는 함영준 회장과 김경호 글로벌사업본부장 등 핵심 경영진이 이름을 올렸다.
오뚜기재팬은 현지 인력 채용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내년 초 본격적인 영업 활동을 시작한다. 일본 내 수요가 확인된 진라면과 참기름을 1차 타깃으로 삼아 K-푸드 바람이 부는 일본 유통망을 뚫겠다는 복안이다.
동남아와 중동 지역은 할랄 인증 제품으로 공략 타깃을 잡았다. 베트남 박닌 공장에 국제 할랄 인증 생산라인을 구축한 뒤 인도네시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무슬림 시장으로 수출 품목을 확장하고 있다. 세계 2위 인스턴트라면 시장인 인도네시아에서는 할랄 인증 진라면 유통을 늘리고 있으며, 베트남 등 동남아에선 라면 외에 소스 제품군이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글로벌 수출 물량을 뒷받침할 국내 인프라 투자도 대대적으로 이뤄진다. 울산 '삼남 글로벌 로지스틱스 센터'를 준공한 데 이어 오뚜기라면 구미 공장에 2000억원을 투입해 수출 전용 라면 생산라인을 신설 중이다.
오뚜기는 진라면과 치즈라면 등 라면 카테고리를 해외 시장에 우선 안착시킨 뒤 K-소스와 HMR로 포트폴리오를 순차 확대하고, 미주 생산 거점이 가동되는 2028년부터 해외 실적 성장을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오뚜기 관계자는 "미국과 일본을 핵심 거점으로 삼아 글로벌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며 "주력 제품의 입지를 다진 뒤 소스와 간편식까지 포트폴리오를 넓혀 2030년 해외 매출 목표를 반드시 달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