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온사이트] 휴머노이드 상용화 열쇠가 된 '기억력'…'로봇 뇌' 개발 경쟁 치열

번스타인 "기억력 확보가 휴머노이드 상용화 핵심 돌파구"
실수 스스로 수정하는 능력 확보가 관건

 

모니터 속 텍스트와 스마트폰 액정을 벗어난 인공지능(AI)이 마침내 '육체'를 얻어 산업과 일상의 '현장(On-Site)'으로 뛰어들기 시작했다. 껍데기에 불과했던 기계가 고도화된 지능을 얻어 인간과 공존하기 시작한 것이다. 더구루는 로봇의 종류부터 핵심 부품, 기술적 난제, 신제품, 시장 트렌드까지 실체화된(Embodied) AI가 주도하는 거대한 변화의 '발자취'를 따라가 볼 예정이다. -편집자주-

 

[더구루=홍성일 기자] 인간의 신체 구조를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단순 반복 작업을 넘어 산업 현장과 일상에 안착하기 위한 핵심 돌파구로 '기억력(Memory)'이 급부상하고 있다. 로봇이 직전 행동과 실패 경험을 기억하고 스스로 동작을 교정할 수 있게 된다면 상용화 속도가 한층 빨라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엔비디아를 비롯한 글로벌 빅테크와 로보틱스 스타트업들도 로봇의 '기억 시간'을 늘리기 위한 두뇌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9일 월스트리트 리서치 전문기관 번스타인(Bernstein)에 따르면 최근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의 핵심 열쇠로 '로봇의 기억 및 인지 역량'이 주목받고 있다.

 

제이 황(Jay Huang) 번스타인 분석가는 "로봇이 작업에 실패했을 때 실패 요인을 즉각 파악하고 이전 행동을 기억해 성공 궤도로 스스로 수정할 수 있다면 놀라운 기술적 도약이 일어날 것"이라며 "단순 하드웨어 메모리 칩 부족이 아니라 획득한 정보를 유지하고 활용하는 로봇의 뇌 역량을 개선하는 것이 연구의 최전선"이라고 설명했다.

 

기억력이 로봇 공학의 핵심 화두로 떠오른 이유는 휴머노이드가 수행해야 할 과업의 복잡성 때문이다. 물류 분류 등 정형화된 공장 작업을 넘어 가사 노동이나 간병, 정밀 조립 등에 로봇을 투입하기 위해서는 단발성 동작 명령을 수행하는 수준을 벗어나, 다단계 복합 과제를 순차적으로 기억하고 실행하는 고차원 인지 능력이 필수적이다.

 

예컨대 자동차 조립 공정에서 차체와 도어를 결합하는 작업을 가정할 때, 로봇은 도어가 올바른 위치에 정렬됐는지를 먼저 확인한 뒤 볼트를 체결해야 한다. 정렬 상태를 기억한 채 다음 동작으로 넘어가야 하지만, 기억 능력이 없으면 매 순간 상태를 다시 파악해야 해 딜레이가 발생하거나 잘못된 위치에 볼트를 조여 불량을 유발할 수 있다. 돌발 변수로 나사가 헛돌거나 부품이 어긋났을 때도 직전의 실패 상황을 기억하고 있어야 스스로 교정 동작에 나설 수 있다.

 

 

그동안 로봇의 기억 시간을 마음껏 늘리지 못했던 배경에는 연산량과 메모리 사용량의 기하급수적 증가, 이에 따른 지연시간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기존 트랜스포머 방식에서는 로봇이 시각 센서로 입력된 고화질 영상 데이터를 고스란히 저장한 뒤, 다음 행동을 결정할 때마다 과거 데이터를 전수 검색해야 했다. 기억해야 할 시간과 영상 길이가 늘어날수록 필요한 하드웨어 자원이 폭증하고 처리 속도가 급격히 저하되는 치명적인 병목 현상이 발생했다.

 

최근 글로벌 연구진은 이러한 병목을 깨는 가시적인 성과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엔비디아(Nvidia) 산하 로보틱스 연구소인 기어(GEAR) 랩은 스탠퍼드대 등과 공동으로 테스트-타임 트레이닝(TTT) 기술을 적용한 '로보티티티(ROBOTTT)'를 개발, 로봇의 기억 가능 시간을 기존 1초(1~8타임스텝) 수준에서 5분(8000타임스텝)으로 1000배 이상 확장하는 데 성공했다. 원본 영상 데이터를 전부 저장하지 않고 실시간으로 압축 학습·폐기하는 방식을 통해 지연시간과 하드웨어 부담 없이 5분 분량의 10단계 복합 조립 과제를 완수하고, 작업 실패 시 스스로 동작을 수정하는 유연성을 입증했다.

 

오픈AI(OpenAI)와 제프 베이조스가 투자한 미국 유망 스타트업 피지컬 인텔리전스(Physical Intelligence)는 기억 유지 시간을 15분까지 끌어올렸다. 단기 시각 정보와 장기 텍스트 메모를 유기적으로 결합한 '멀티스케일 임바디드 메모리(MEM)' 기술을 구축해 15분 동안 주방 청소나 요리 등 긴 호흡이 필요한 과제를 추적하고 작업 도중 발생한 실수를 스스로 바로잡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

 

업계는 주요 제조사와 연구기관들이 '로봇 기억력' 고도화에 뛰어들면서 휴머노이드의 상용화 시계도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하드웨어 피지컬의 완성을 넘어 로봇 두뇌의 고도화야말로 휴머노이드의 실질적 유용성을 결정짓는 핵심 척도"라며 "반대로 로봇 두뇌 알고리즘의 발전 속도가 하드웨어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경우, 상용화를 가로막는 최대 병목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배너

K방산

더보기




더구루 픽

더보기

반론 및 정정보도요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