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AtoZ] 미사일 막고 드론 잡는다…현대로템 K2 '흑표'의 생존법

3조4480억원 투입해 K2 성능개량…APS·드론 재머 등 방호체계 강화
우크라전서 FPV 드론 위협 현실화…장갑 중심 전차 생존 방식 변화
폴란드 K2PL에도 대드론·능동방호 기술 적용…현지 생산 본궤도
AI 다층방호·유무인 복합체계 개발…현대로템 지상무기 기술 고도화

한국 방산 수출 수주액은 2024년 96억 달러에서 지난해 154억 달러로 약 2배 뛰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의 2021~2025년 주요 무기 수입에서도 한국산 비중은 8.6%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를 차지했다. 수출 전선이 넓어지면서 세계 곳곳에서 마주치는 K-방산 무기체계도 다양해지고 있다. <더구루>는 'K-방산 AtoZ'를 통해 최근 기사에 등장한 무기체계를 다시 꺼내 그 탄생 배경과 진화 과정, 기사 속에 숨은 이야기를 한발 더 깊게 들여다본다. -편집자주

 

[더구루=정예린 기자] 현대로템이 생산·공급하는 K2 '흑표' 전차가 대전차미사일과 자폭드론 위협에 대응해 방호체계를 대폭 강화한다. 현대로템은 우리 군 K2 성능개량과 폴란드형 K2 전차(K2PL) 개조개발을 바탕으로 능동방호·대드론 기술을 고도화해 글로벌 전차 시장 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27일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제177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는 지난달 11일 'K2 전차 성능개량 사업추진기본전략'을 심의·의결했다. 오는 2028년부터 2046년까지 약 3조4480억원을 투입해 K2에 능동방호체계(APS)와 드론·급조폭발물(IED) 재머, 원격사격통제체계(RCWS) 등을 탑재한다.

 

K2는 국내 기술로 개발돼 현대로템이 양산·공급하고 있는 우리 군 주력전차다. 120mm 55구경장 활강포와 자동장전장치, 1500마력 디젤 엔진을 탑재하고 전투중량 56톤(t)에도 포장도로에서 최고 시속 70km로 달릴 수 있다. 유기압 현수장치로 차체의 높낮이와 전후·좌우 자세를 조절하고, 표적 자동탐지·추적장치, 지휘통제·통신·컴퓨터·정보(C4I) 체계와 연계한 전장관리시스템 등도 갖췄다.

 

현대로템은 2010년 1차 양산을 시작으로 K2 후속 물량을 잇따라 공급해왔다. 4차 양산부터는 국산 1500마력 변속기를 적용하면서 엔진과 변속기로 구성되는 파워팩도 완전 국산화 단계에 들어섰다. 화력과 기동성, 핵심 부품 국산화를 거듭해온 K2의 다음 변화는 '얼마나 강하게 때리느냐’보다 드론 등을 상대로 '어떻게 살아남느냐'에 초점이 맞춰졌다.

 

 

◇ '머리 위' 파고드는 FPV 드론…달라진 전차 생존법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전차가 상대해야 할 위협의 범위를 크게 넓혔다. 감시·정찰에 주로 쓰이던 소형 무인기가 폭발물을 싣고 표적에 직접 충돌하는 1인칭시점(FPV) 공격드론으로 자리 잡으면서다. 낮은 고도로 지형물을 피해 접근한 뒤 전면보다 방호력이 약한 포탑 상부와 엔진룸, 측·후면을 골라 공격할 수 있다는 점이 전차에 새로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차의 위치를 찾아내는 방식도 정교해졌다. 상공의 정찰드론이 이동 경로와 집결지를 포착하면 FPV 드론이나 포병이 뒤따르고, 기동력을 잃은 차량에는 추가 드론을 투입해 완전히 무력화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 전차에 철망 구조물과 추가 장갑, 차량 탑재형 재머가 빠르게 늘어난 배경이다.

 

드론의 등장은 기갑전력 운용 방식에도 영향을 미쳤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정보·감시·정찰 자산이 지난해 8월 1~24일 전선 70km 이내에서 포착한 러시아 전차는 23대로, 2023년 5월 남부 전선에서만 470대가 관측됐던 것과 큰 차이를 보였다. RUSI는 대규모 기갑전력 운용이 매우 어려워졌다고 평가하면서도 소대 규모의 전차는 적 진지를 제압할 화력을 제공하고 적 공격을 끌어 보병의 부담을 낮추는 데 필수적이라고 분석했다.

 

방호력을 갖춘 전차는 반복적인 드론 공격에도 전투를 이어갈 수 있다. RUSI가 조사한 우크라이나 전차소대는 노획한 러시아 전차 4대를 1년 넘게 운용했고 작전마다 2~12차례 공격을 받으면서도 전차를 양호한 상태로 유지했다. 다만 손상된 장갑은 지속적으로 교체해야 했다. RUSI는 적절한 개조를 거친 장갑차량이 10~15회의 FPV 공격에도 수리 가능한 수준의 피해를 입으며 버틸 수 있다고 봤다.

 

전차의 역할이 사라졌다기보다 전장에서 요구하는 생존 조건이 훨씬 까다로워진 셈이다. 방사청도 K2 성능개량 목표를 고도화된 대전차 위협으로부터 생존성과 전투수행능력을 높이는 데 두고 대전차 로켓·미사일과 함께 자폭드론을 대응 대상으로 명시했다.

 

 

◇ 미사일은 요격하고 드론은 교란…K2 방어선 다층화

 

현재 K2에는 복합장갑과 반응장갑에 소프트킬 방식의 능동방호 기술이 적용돼 있다. 레이다와 레이저 경고장치가 대전차유도무기의 접근이나 조준을 감지하면 연막탄 등을 발사해 적의 시야와 유도를 방해한다. 현대로템은 K2에 소프트킬뿐 아니라 하드킬 방식의 능동방호체계도 선택 적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현대로템은 지난 2024년 대한민국 국제방위산업전시회(KADEX)에서 APS와 드론 재머, RCWS 등을 적용한 성능개량형 K2 콘셉트 모델을 공개한 바 있다. 우리 군에 전력화된 K2를 기반으로 드론 공격은 재머로 무력화하고 대전차로켓·미사일은 능동방호장치로 요격하도록 방호 사양을 강화한 모델이다. 방사청이 올해 확정한 성능개량 항목에도 APS와 드론·IED 재머, RCWS가 포함됐다.

 

성능개량 사업에 포함된 APS는 전차가 공격을 맞은 뒤 장갑으로 버티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위협체가 도달하기 전에 대응하는 장비다. 하드킬 방식은 레이다 등 센서로 접근하는 대전차로켓과 유도미사일을 탐지·추적한 뒤 대응탄을 발사해 직접 무력화한다. 소프트킬이 공격의 조준과 유도를 흐트러뜨린다면 하드킬은 날아오는 위협체 자체를 제거한다. 우리 군 K2에 적용할 구체적인 APS와 공급업체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드론·IED 재머는 전자전 방식으로 위협을 막는다. 드론 재머가 전파를 교란해 무인기의 정상적인 기동을 방해한다면 IED 재머는 무선 신호를 이용한 급조폭발물의 원격 기폭을 차단한다. RCWS는 승무원이 전차 밖으로 몸을 노출하지 않고 차내에서 상부 무장을 조작할 수 있어 승무원 생존성을 높인다. 장갑과 소프트킬에 APS, 재머, RCWS를 더해 공격 수단과 거리에 따라 여러 방호수단을 운용하는 형태다.

 

성능개량 사업에 포함된 APS는 K2의 방어선을 더 앞쪽으로 끌어낸다. 레이다 등 센서가 전차를 향해 날아오는 대전차로켓과 유도미사일을 탐지·추적하고 대응탄을 발사해 전차에 닿기 전에 파괴한다. 소프트킬이 공격을 빗나가게 만드는 방식이라면 하드킬은 위협체 자체를 직접 제거한다. 우리 군 K2에 적용할 구체적인 APS와 공급업체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현대로템은 군의 성능개량 사업이 확정되기 전부터 같은 방향의 K2 개량안을 제시해왔다. 지난 2024년 대한민국 국제방위산업전시회(KADEX)에서 공개한 성능개량형 K2에는 대전차로켓·미사일을 요격하는 APS와 드론 재머를 적용했다. 기존 국내 전력화 K2를 기반으로 최근 전장에서 부각된 대전차·대드론 위협에 대응하도록 생존성을 보강한 모델이다.

 

드론·IED 재머는 APS와 역할이 다르다. 드론 재머가 전파를 교란해 무인기의 정상적인 기동을 방해한다면 IED 재머는 무선 신호를 이용한 급조폭발물의 원격 기폭을 차단한다. 여기에 RCWS를 더해 승무원이 전차 밖으로 몸을 노출하지 않고 상부 무장을 운용할 수 있도록 한다. 장갑과 소프트킬에 APS, 재머, RCWS를 더해 공격 수단과 거리에 따라 여러 방호수단을 운용하는 형태다.

 

재머가 모든 드론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크라이나 전장에서는 조종자와 기체를 광섬유 케이블로 연결해 전파 교란을 피하는 FPV 드론도 투입되고 있다. 무선주파수 방식 FPV에는 전자전 장비가 효과적이지만 광섬유 방식처럼 재밍의 영향을 받지 않는 위협에는 별도의 대응 수단이 필요하다. RUSI도 FPV 드론에는 전자전 장비와 근접방어 포탑을 병행하는 등 위협 종류에 맞춰 방공수단을 나눠 운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 K2PL서 먼저 구체화…폴란드 요구 담아 방호력 강화

 

현대로템이 준비해온 K2 방호력 강화 방향은 폴란드형 K2PL에서 먼저 구체화되고 있다. 현대로템은 2022년 폴란드 군비청과 K2 전차 1000대 공급을 골자로 한 총괄계약을 체결하고 같은 해 180대 규모의 1차 이행계약을 따냈다. 첫 수출 물량은 지난해 11월까지 모두 현지에 인도됐다.

 

지난해 8월에는 K2 180대를 추가 공급하는 2차 이행계약도 체결했다. 116대는 기존 K2GF 사양으로 2026~2027년 공급하고, 나머지 64대는 폴란드 요구를 반영한 K2PL로 제작해 2028~2030년 인도한다. 초도 3대는 한국에서 개발·제작해 성능을 검증하고 61대는 폴란드 국영 방산업체 부마르 와벤디 공장에서 생산할 예정이다.

 

K2PL은 기존 K2를 단순히 현지 생산하는 모델이 아니다. 앞서 도입한 K2GF 운용 경험을 토대로 폴란드군 요구에 맞춰 APS와 대드론체계, 추가 장갑을 적용하고 전방위 관측 능력을 보강한다. 폭발 충격을 줄이는 좌석과 대전차로켓(RPG) 방호장비, 이동형 위장체계가 추가되며 연료계통과 사격통제체계 인터페이스, 유압계통 방호, 발전기 등도 손본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확인된 전훈도 반영된다. 폴란드 의회 국방위원회에서 공개된 K2PL 개발 내용에는 APS와 대드론체계, 추가 장갑과 함께 기존 K2GF 운용 경험과 함께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얻은 교훈을 적용한다고 명시돼 있다. 드론과 대전차무기가 동시에 전차를 위협하는 전장 환경이 K2PL의 방호 요구에도 반영된 것이다.

 

현대로템은 지난해 폴란드 국제방산전시회(MSPO)에서 APS와 드론 재머, RCWS, 성능을 높인 특수장갑을 적용한 K2PL을 처음 공개했다. 올해 MSPO 2026에서는 폴란드 방산업체 미란다가 개발한 이동형 위장체계(MCS)를 K2GF에 실제 장착해 선보였다. MCS는 전차가 기동·전투하는 동안에도 사용할 수 있으며 야간투시장비와 열상감시장비 등 각종 센서에 포착될 가능성을 낮춘다.

 

현지 생산과 정비 준비도 진행되고 있다. 현대로템은 지난 4월 부마르 와벤디와 K2PL·구난전차 생산 및 정비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교량전차와 개척전차, 구난전차 등 K2 차체를 활용한 폴란드형 계열전차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 재머 뚫리면 직접 요격…AI로 넓히는 대드론 방어망

 

현대로템은 K2와 K2PL에 적용하는 자체 방호 기술과 함께 전차 주변의 드론 위협을 더 넓은 범위에서 차단하는 방안도 제시하고 있다. 전차 한 대에 재머와 APS를 얹는 데 그치지 않고 레이다와 정찰드론, 무인포탑 등 외부 감시·요격 수단을 연계해 접근 단계별로 드론을 막는 방식이다.

 

지난 6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로사토리 2026'에서 처음 선보인 인공지능(AI) 기반 무인포탑형 대드론(C-UAS) 다층방호체계가 대표적이다. 레이다와 정찰드론이 주변 무인기를 찾아내면 AI가 종류와 거리, 고도 등을 분석하고 위협 수준에 따라 대응 수단을 정한다. 먼 거리에서는 재머로 통신을 끊고 전파 교란을 뚫고 접근하는 드론은 직충돌 드론이나 무인포탑으로 제거한다. 차량 가까이 침투한 위협에는 APS를 활용한다.

 

공격드론마다 가격과 비행 방식이 다른 만큼 한 가지 수단만으로 대응하기도 어렵다. 값싼 FPV 드론을 고가 요격탄으로만 상대하면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재머에만 의존하면 광섬유나 자율비행 드론에 취약하다. 탐지 단계부터 전자전과 직접 요격을 겹쳐 쓰고 표적에 따라 대응 수단을 달리하는 이유다.

 

현대로템은 유로사토리에서 무인포탑형 대드론체계를 적용한 차륜형장갑차 모형도 함께 공개했다. 수출형 K2에는 APS와 드론 재머, RCWS를 적용했고 다목적 무인차량 등 다른 지상 플랫폼에도 관련 방호 기술을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무인 플랫폼은 방어 대상에 머물지 않고 전차와 장갑차보다 앞서 위험지역을 살피는 역할도 맡는다. 6륜 전기구동 방식의 다목적 무인차량 'HR-셰르파'는 원격·종속·자율주행이 가능하며 감시정찰장비와 RCWS, 드론 스테이션, 대전차·지대공미사일 등을 임무에 따라 탑재할 수 있다. 우리 군 신속시범획득사업을 통해 GOP와 비무장지대(DMZ) 등에서 시범운용도 거쳤다.

 

현대로템은 HR-셰르파와 드론, 유인 전투차량을 하나의 지휘통제망으로 묶는 유·무인 복합체계(MUM-T)도 추진하고 있다. 무인 플랫폼이 전방에서 적 위치와 이동로를 확인하면 확보한 정보를 유인 전투차량과 공유하고 위험지역 정찰과 감시, 군수품 수송 등 일부 임무도 대신 수행한다.

 

지난 5월에는 미국 방산 기술기업 안두릴과 MUM-T 통합 지휘통제체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안두릴의 AI 운영체계 '래티스(Lattice)'를 HR-셰르파와 다족보행로봇 등 현대로템 무인 플랫폼에 적용하고 주요 지상무기체계와 연동할 계획이다. 공중에서 적 드론을 탐지한 정보를 차륜형장갑차 등 지상 기동체계와 연결하는 이동형 대드론 관제체계도 협력 대상에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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