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홍성일 기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Tesla) 최고경영자(CEO)가 자체 개발 중인 차세대 인공지능(AI) 칩의 메모리 탑재 용량을 대폭 축소했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메모리 공급 부족(쇼티지) 현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Optimus)'를 대량 양산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설명이다.
머스크는 1일(현지시간) 엑스(X, 옛 트위터)를 통해 "테슬라 AI5 칩의 램(RAM) 용량을 기존 계획의 절반인 72GB(LPDDR5)로 축소했다"며 "AI6 칩 역시 약 3분의 1을 줄인 144GB(LPDDR6)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AI5와 AI6는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FSD)과 옵티머스의 통합 컴퓨팅 스택을 담당할 차세대 연산 칩이다. AI5는 삼성전자와 대만 TSMC가 각각 미국 텍사스 테일러 팹과 애리조나 팹에서 2나노미터(nm) 공정을 통해 생산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AI5 칩의 테이프아웃(Tape-out, 설계를 완료해 파운드리 팹으로 도면을 넘기는 단계)에 진입했으며, 내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7월 테슬라와 165억 달러(약 22조 53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고 AI6도 생산하기로 했다.
머스크는 이번 결정의 배경으로 옵티머스 양산을 지목했다. 그는 "옵티머스 대량 양산에 필요한 충분한 메모리 공급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며 "비용도 크게 절감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메모리 용량 감축이 옵티머스의 실제 구동 성능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미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머스크는 "로봇 구동 성능을 제한하는 핵심 요인은 메모리의 전체 저장 용량이 아니라 메모리 대역폭"이라며 "대역폭은 그대로 유지되도록 설계했기 때문에 옵티머스의 성능 저하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테슬라는 AI 칩 내 S램(Static Random Access Memory, SRAM)의 역할을 확대해 대역폭을 유지할 계획이다. S램은 D램이나 고대역폭 메모리(HBM)보다도 압도적인 대역폭을 지닌다. 대역폭은 1초 동안 메모리가 연산 장치에 전달할 수 있는 데이터의 총량을 뜻하며, 통상 전송량으로 표기된다. 범용 D램(DDR5 기준)의 대역폭은 최대 100기가바이트(GB) 수준이며, HBM3e는 최대 9.6테라바이트(TB)에 달한다. 반면 S램은 수십 TB에서 페타바이트(PB) 단위까지 대역폭을 확장할 수 있다.
S램이 압도적인 대역폭을 발휘할 수 있는 결정적 이유는 다른 메모리보다 연산용 그래픽처리장치(GPU)나 중앙처리장치(CPU)와의 물리적 거리가 짧다는 데 있다. D램이나 HBM은 아무리 밀접하게 패키징해도 연산 칩 외부에 위치하지만, S램은 연산 칩 코어 내부에 직접 배치된다. 속도를 결정하는 클럭 역시 연산 코어에 맞춰 끌어올릴 수 있다. 다만 실리콘 면적 제약으로 용량을 크게 늘리기 어렵고, 용량이 커질수록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한계가 있어 통상 D램 등과 병용해 대역폭을 극대화하는 보완재로 활용된다.
업계는 테슬라가 옵티머스 상용화에 있어 무리한 스펙 경쟁보다는 대량 생산, 원가 절감을 최우선 순위로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테슬라는 최근 글로벌 제조업 핵심 기지인 중국 창장삼각주 지역을 찾아 협력사 실사를 진행하는 등 옵티머스 대량 양산을 위한 효율적인 공급망 구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생산 목표치가 커질수록 칩의 절대적인 스펙 못지않게 부품 조달 안정성과 원가 경쟁력이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한다"며 "AI5와 AI6는 실제 대량 조달이 가능한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충분한 성능을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춘 전략적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