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줄이는 SK하이닉스, 고부가 제품으로 미래 대비

작년 4분기, 10년 만에 영업손실
설비투자 50% 축소…추가 감축 없어
1b나노 D램·238단 낸드 생산…DDR5·HBM3 수요 대응

 

[더구루=오소영 기자] SK하이닉스가 고부가가치 제품을 앞세워 실적 만회에 나선다. 캐팩스(CAPEX·설비투자)를 축소하는 대신 DDR5 공급을 늘리고 1b나노미터 D램과 238단 낸드 양산을 준비하며 기술 리더십을 강화한다.

 

SK하이닉스는 1일 2022년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설비 투자 축소로 인한 미래 경쟁력 상실 우려에 대해 "핵심은 테크 포트폴리오"라고 강조했다. 고부가가치 제품을 토대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선도 기업의 지위를 지키겠다는 뜻이다.

 

SK하이닉스는 작년 10월 올해 설비 투자액을 2022년(19조원) 대비 50% 이상 줄이겠다고 밝혔었다. 현재까지 투자 축소 규모에는 큰 변화가 없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설비 투자와 팹 규모, 필수적인 인프라 투자 등을 고려하면 이미 적정 수준으로 축소했다고 판단한다"며 "추가적인 투자 감축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전체적인 투자는 줄이지만 선단 제품의 수요 대응에는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SK하이닉스는 "투자 축소로 인한 회사의 선단 기술 비중에는 큰 변화가 없다"며 "1a나노미터 D램과 176단 낸드는 이미 성숙 수율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두 제품의 생산 비중은 작년 말 기준 각각 20%, 60%다.

 

차세대 제품인 1b나노미터 D램과 238단 낸드 양산도 차질 없이 준비한다. SK하이닉스는 "1b나노미터는 1a나노미터 대비 넷다이(웨이퍼당 생산 가능 칩 수) 효율성이 40% 증가하고 원가경쟁력이 높다"며 "238단은 이미 코어 제품 개발을 완료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하반기 DDR5의 높은 수요를 고려해 재고가 많은 DDR4를 줄이고 DDR5 공급을 확대한다. 주력 제품인 HBM3의 수요 증가에도 적기에 대응해 반도체 불황을 뚫겠다는 전략이다.

 

SK하이닉스는 작년 4분기 매출액 7조6985억7100만원, 영업손실 1조7011억7700만원을 잠정 기록했다. 분기 단위 영업 적자가 나온 것은 2012년 3분기(-240억원) 이후 10년 만이다. 연간 영업이익은 7조66억원으로 1년 사이 43.5% 줄었다.

 

SK하이닉스는 "고객사 재고는 2019년과 유사하며 업계 전반으로 확대하면 사상 최대 수준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대외 불확실성과 경기 둔화로 빅테크 기업들이 투자비를 줄이면서 올해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D램 출하량이 전 분기 대비 두 자릿수, 낸드가 한 자릿수 후반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중국의 경제 활동 재개와 신규 중앙처리장치(CPU) 출시는 반도체 업계에 호재다. SK하이닉스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은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이후 경기 부양 정책, 예를 들어 스마트폰 보조금 등의 변화가 있다면 하반기 출시되는 신제품 위주로 고용량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며 "서버의 경우 신규 CPU 출시에 따라 고용량 DDR5에서 기회가 생길 수 있다"라고 말했다.

 

최근 주목받는 인공지능(AI) 챗봇인 '챗GPT'도 메모리 수요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AI가 텍스트와 이미지, 생체 신호 등 모든 데이터를 처리하는 '멀티 AI'로 진화하려면 서버 인프라 확대가 필수적이고 고성능·고용량 메모리 제품이 필요해서다.

 

SK하이닉스는 "빠른 속도를 지원고자 고성능 D램·CSD(Computational Storage Device)가 필요하고 향후 64GB에서 128GB로 넘어가는 전환 시점도 당길 수 있다"며 "낸드는 빠르고 강력한 성능의 컴퓨팅을 지원해야 하므로 QLC(4비트) 기반의 병렬 처리용 SSD를 빠르게 개발하도록 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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