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상대 'LCD 담합' 배상금 분담 소송 패소

영국 법원 "한국에서 다퉈라"…LG디스플레이 손 들어줘
LG디스플레이 패널 사용했던 삼성, 파트너사에 배상금 지불
삼성, LCD 가격 담합 참여했으나 내부고발로 과징금 면제

[더구루=정예린 기자]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와의 영국 손해배상금 분담 소송에서 패소했다. 과거 LCD 가격 담합으로 인해 삼성전자가 현지 파트너사에 지불한 배상금과 관련해 LG디스플레이에 책임을 물으려던 시도가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였다. 

 

8일 런던 왕립재판소 잉글랜드-웨일즈 고등법원에 따르면 나이젤 티어 판사는 지난 3일(현지시간) 삼성전자가 2년 전 LG디스플레이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1심에서 영국이 아닌 한국에서 재판을 진행하라고 판결했다. LG디스플레이는 앞서 삼성전자와의 유사한 소송건에 대해 한 차례 승소한 데 이어 이번에도 관할권 이의제기가 받아들여지며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간 법적 분쟁은 지난 2010년 유럽연합(EU)이 발표한 LCD 패널 가격 담합 사건이 단초가 됐다. EU 집행위원회는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와 대만 AUO, 치메이 이노룩스, 중화 픽처 튜브스, 한스타 디스플레이 등 6개사에 6억4892만5000유로(약 8770억원) 규모 과징금을 부과했다. LG디스플레이는 부과된 과징금에서 50% 감면된 2억1500만 유로를 물어냈었다. 

 

당시 삼성전자는 LG디스플레이를 포함한 타사들과 달리 과징금을 내지 않았다. 리니언시(Leniency) 제도 덕분이다. 가장 먼저 담합 사실을 신고하면 과징금을 100% 면제해주는 제도다. 내부고발자 제도인 셈이다. 

 

과징금을 물진 않았지만 유통사 등 파트너사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삼성전자가 가격 담합에 연루된 LG디스플레이의 LCD 패널을 사용해 노트북 등 일부 제품을 만들어 판매했기 때문. 2015년 42개 영국 지방 자치 단체를 시작으로 2016년 유통사 중 한 곳인 잉그램 마이크로 영국법인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삼성전자는 2018년과 2019년 이들에 각각 보상금을 지불하고 합의했다. 

 

삼성전자는 해당 손해배상 건에 LG디스플레이의 책임도 있다고 보고 보상금 중 일부를 분담해야 한다며 지난 2020년과 2021년 두 차례에 걸쳐 영국 법원에 소송을 냈다. 영국 지방 자체 단체와 잉그램 마이크로에 제공한 보상금 중 각각 150만 파운드(약 23억원)와 90만 파운드(약 14억원)를 LG디스플레이에 요구했다.  

 

LG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가 지난 2020년 제기한 영국 지방 자치 단체 손해배상금 분담 관련 소송에서는 1,2심 모두 승소하며 영국에서의 법적 분쟁을 마무리지었다. 법원은 작년 4월 영국 외 국가에서 재판을 진행하라고 명령했다. 삼성전자가 한국이나 대만 등에서 법적 분쟁을 이어갈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잉그램 마이크로의 손해배상금 분담 관련 소송은 현재진행형이다. 영국 지방 자치 단체 건과 마찬가지로 재판 관할권을 놓고 원고와 피고가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영국 이해관계자들에 지불한 손해배상금과 관련된 사건이기 때문에 영국 법원에서 잘잘못을 가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LG디스플레이는 가격 담합에 따른 상대적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 것이 소송의 핵심 쟁점인데다 소송 주체가 모두 한국 기업이므로 한국에서 재판을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고등법원은 삼성전자가 영국과 한국에 이중으로 소송을 제기할 것을 우려했다. 영국 지방 자치 단체 관련 소송이 LG디스플레이 승소로 마무리됐지만 삼성전자가 한국에서 다시 LG디스플레이를 제소할 것이라고 판단한 것. 

 

티어 판사는 "한 주장이 영국에서 결정되고 다른 주장이 한국에서 결정되는 것은 비용이 중복되고 일관성 없는 판결을 내릴 위험이 있기 때문에 명백히 부적절하다"며 "삼성전자는 추측일 뿐이라고 밝혔지만 한국에서 소송 진행 가능성에 대해 아무 결정도 내려지지 않았다고 밝히며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고와 피고 모두 한국 기업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법적) 절차가 한국에서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며 "이로 인해 영국 법원이 재판을 진행하기에 적합하다고 말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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