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오소영 기자]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가 설립한 미국 테라파워가 세르비아의 소형모듈원자로(SMR) 사업 후보자 중 한 곳으로 거론됐다. 가격 경쟁력과 안전성을 앞세워 수주전에 뛰어들 것으로 보이며 파트너사인 SK와의 시너지에 이목이 쏠린다.
세르비아 전력사 베오그라드스케 일렉트라네의 라데 바스타(Rade Basta) 이사는 지난 7일(현지시간) 현지 매체 노비매거진(Novimagazin)과의 인터뷰에서 "테라파워와 엑셀론을 세르비아 원전 사업 입찰에 초대하려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두 회사는 가장 저렴한 가격과 최고의 보안을 제공한다"라며 "350~500㎿ 규모의 SMR을 7년 이내에 구축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라고 부연했다.
세르비아는 원전에 회의적인 국가였다. 유고슬라비아 시절인 1985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터진 후 원전 금지 법안을 채택했다. 석탄과 수력발전을 통해 전력을 충당해왔으나 작년부터 원전 도입을 재검토하고 있다. 전력난과 전 세계적인 탄소 감축 노력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바스타 이사는 "원전은 1년 내내 일정한 양의 전력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라며 "유럽연합(EU) 회원국에는 106기가 있으며 이는 EU에서 생산되는 전력의 26%를 차지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원전에 초점을 맞추면 석탄 소비량과 대기 오염을 줄일 수 있다"라고 부연했다.
세르비아는 헝가리와 불가리 원전에 지분 투자를 살피고 있다.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은 지난해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와 팍스2 원전 지분 10~12%를 사는 방안을 논의했었다. 러시아 로사톰과도 원전 건설을 모색하고 있다.
원전에 대한 관심은 SMR로 향하고 있다. SMR은 대형 원전 대비 크기와 출력을 3분의 1 이하로 줄여 안전성을 높일 수 있어 '차세대 원전'으로 꼽힌다. 바스타 이사는 "방사성 폐기물을 덜 생성하고 더 효율적이다"라고 강조했다.
세르비아는 특히 테라파워와 엑셀론의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테라파워는 게이츠가 2008년 설립한 회사로 나트륨을 냉각재로 활용하는 '소듐냉각형'(SFR) 분야의 선두 주자다. 2028년 가동을 목표로 미국 서부 와이오밍주에서 34만5000㎾급 SFR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엑셀론은 영국 항공기 엔진 제작 업체 롤스로이스가 주도하는 SMR 사업에 1억9500만 파운드(약 3040억원)를 투입한다. 롤스로이스는 2030년대 초까지 470㎿ 규모의 SMR을 완공할 계획으로 부지를 물색 중이다.
특히 테라파워가 세르비아의 SMR 사업 후보로 부상하며 SK와의 동반 진출이 기대된다. 테라파워는 지난 5월 SK㈜,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국내·외 SMR 사업 개발을 위해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