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대응' 외친 서방, 러시아에 볼모 잡히나?

2022.03.20 00:00:11

WSJ 분석…니켈 가격 급등, 전기차 확대 위협
"러시아·중국 의존도 높아질 것"

 

[더구루=오소영 기자] 러시아가 니켈을 볼모로 서방을 압박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과 유럽이 기후변화 대응책을 추진하며 러시아가 생산하는 니켈 수요가 증가해서다.

 

좌파 정권의 기후변화 정책이 잠재적으로 독재 국가를 상대하는 미국을 더 취약하게 할 것이라고 월스트릿저널(WSJ)가 지난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주 "우크라이나 전쟁이 에너지 자립을 강화하고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해야 한다는 사실을 상키시킨다"고 말했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한 에너지 독립을 이루겠다는 포부지만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재료인 니켈이 변수가 되고 있다.

 

WSJ는 "지난주 니켈 가격의 급등이 높은 재생에너지 의존도의 위험성을 미리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순도가 99.8% 이상인 1등급 니켈은 글로벌 공급량의 약 20%가 러시아에서 나온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니켈 공급의 차질 우려가 가중되며 가격은 급등했다. 중국 칭산그룹을 비롯해 일부 거래자들이 쇼트 스퀴즈(공매도 세력이 손실을 줄이고자 해당 자산을 사들이는 상황)에 나서면서 가격 상승에 일조했다. 런던금속거래소는 1985년 이후 처음으로 니켈 거래를 중단했다.

 

니켈의 수급 우려는 이전부터 제기됐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작년 2월 "니켈은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을 늘리는 데 있어 가장 큰 우려 사항"이라고 밝혔었다.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지난해 1등급 니켈이 약 4만1000미터톤 부족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는 전기차 약 62만대에 들어가는 배터리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양이다.

 

니켈 가격이 폭등하며 전기차 시장은 타격이 예상된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니켈 가격 상승으로 전기차 원가가 대당 1000달러 내외 상승할 것으로 분석했다. 서방이 러시아산 니켈에 제재를 가한다면 자동차 회사들은 에너지밀도가 낮은 리튬인산철과 같은 배터리 기술을 대안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다. 완성차 회사들의 수익 전망도 하향될 수 있다.

 

미국은 자체 생산으로 니켈 수요를 충족할 수 없는 실정이다. 유일하게 고급 니켈을 채굴할 수 있는 미시간 소재 광산은 2025년 매장량이 고갈된다. 미네소타 북부에 위치한 광산은 환경 영향을 이유로 현지 환경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WSJ는 "결과적으로 민주당이 미국을 보다 에너지 자립국으로 만들려고 노력하면서 러시아나 중국 등 적대 국가에 더 의존하게 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이어 "중국이나 러시아가 하나 이상의 광물 수출을 제한하면 심각한 원자재 부족이 발생하고 가격 폭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세계 1위 니켈 생산업체 러시아 노르니켈과 니켈왕 블라디미르 포타닌(Vladimir Potanin)이 제재를 피할 수 있었던 이유도 서방의 전기차 야망에 있다고 이 매체는 봤다. 유럽은 전 세계 원자재 정제의 80%를 통제하는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자 러시아에서 공급을 모색해왔다. 독일 바스프는 2018년부터 노르니켈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배터리용 니켈을 생산했다.

오소영 기자 osy@thegur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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