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만 보면 된다] '한국형 원전' 수출 현황은…한수원 '제2 로사톰' 노린다

2019.09.07 06:00:00

-체코·사우디·폴란드·카자흐·불가리아 입찰 추진
-中·러와 경쟁 구도… 러 로사톰 2024년 해외 매출 2배 증가 목표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며 에너지 공기업이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미 5개국 입찰을 타진하고 있고 내년에만 2개의 사업이 우선협상대상자가 결정된다. 업계 강자인 러시아와 중국의 공세가 만만치 않아 양국이 점령한 원전 시장에 균열을 낼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중동 넘어 아시아·유럽으로…한수원 '리드'

 

7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이 원전 수출을 타진하는 국가는 총 5곳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카자흐스탄, 불가리아, 체코, 폴란드, 한국전력은 사우디 원전 입찰에 나선다.

 

한전 관계자는 "한전과 한수원이 국가별로 진출해있지만 향후 해외 원전 수주는 한수원이 주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장 내년에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앞둔 곳은 불가리아와 사우디다. 불가리아 벨레네 제2 원전 프로젝트는 내년 5월 22일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된다. 이는 다뉴브강변 벨레네에 2000㎿급 원전을 짓는 프로젝트로 사업비는 약 100억 유로(약 13조4000억원)다. 한수원과 함께 러시아 로사톰, 중국핵공업집단(CNNC) 등 7개 업체가 지난달 입찰제안서를 냈다.

 

한전이 관심을 보이는 사우디 원전 입찰도 마찬가지다. 사우디는 2030년까지 120억 달러(약 13조원) 규모의 1.4GW급 원전 2기를 지을 계획이다. 당초 올해 말 우선협상대상자가 결정될 전망이었으나 사우디 정부의 검토가 늦어지며 일정이 지연됐다.

 

체코 원전은 내년부터 본입찰이 시작된다. 현지 정부가 2016년 7월 글로벌 원전 업체들로부터 참여의향서를 받은 후 사업은 3년째 제자리걸음이었다.

 

최근 정부가 체코전력공사(CEZ)와 두코바니·테멜린 사업의 자금 조달에 합의하며 사업에 속도가 붙었다. 정부는 두코바니 원전 1기부터 먼저 추진해 2028~2030년 착공, 2034~2035년 완공할 계획이다. 원전 1기당 건설 비용은 약 45억 달러(약 5조3000억원)으로 추산된다.

 

한수원 관계자는 "2016년 예비입찰을 통해 받은 참여의향서를 토대로 내년에 본입찰을 추진하는 것"이라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까지 얼마나 걸릴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한수원은 지난 5월 카자흐스탄 원전 사업을 참여하기 위한 사업제안서도 제출했다. 이달 중으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나 사업 규모 등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폴란드 원전은 계획 단계다. 현지 정부는 최소 2개의 부지에서 원자로 6기 건설을 논의 중이다.

 

◇'러·中' 벽을 넘어라

 

한수원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배경은 탈원전 정책에 따른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서다. 로사톰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로사톰은 자국 내 수요가 정체된 이후 해외 사업에 매진하며 성장을 이뤄왔다.

 

로사톰이 해외 원전 건설로 얻은 매출은 2015년 15억6500만 달러(약 1조8800억원)에서 2017년 24억5800만 달러(약 2조9600억원)로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매출 또한 8212억 루블(약 123억4000만 달러·14조9200억원)에서 9674억 루블(약 145억3700만 달러·17조5700억원)로 뛰었다.

 

로사톰은 지난 6월 사우디에 지사를 세우는 등 해외 진출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2024년 해외 사업에서만 150억 달러(약 18조1000억원)를 거둬 지난해(66억 달러·7조9600억원)보다 두 배 이상 매출을 키울 예정이다.

 

한수원 또한 해외 사업에 매진해 수익성을 확대한다는 방침이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러시아와 중국이 전 세계 원전 시장을 양분하는 구조가 공고해서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8월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러시아의 경쟁자는 거의 없다"며 "유일한 경쟁자가 될 수 있는 곳은 중국의 원전 관련 국유기업뿐"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한국이 참여 예정인 신규 원전 사업에는 러시아와 중국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일부 체코 언론은 원전 사업자 선정 시 지정학적 요소를 고려하겠다는 카렐 하블리첵 산업부 장관의 발언을 인용하며 로사톰의 수주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중국은 CNNC와 중국광동핵전집단유한공사(CGNPC)가 해외 사업을 주도한다. 영국과 터키, 파키스탄, 아르헨티나 등에 원전을 수출했으며 37개국과 협력 협정을 맺었다.

 

 

오소영 기자 osy@thegur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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