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윤진웅 기자] 미국 LA경찰국(LAPD)이 현대차 보스턴다이내믹스 로봇개 '스폿'(Spot) 현장 투입을 위한 첫 번째 관문를 통과했다. 현재 시의회 전체 승인만 남은 상태로 향후 무장 강도들과의 대치 상황에서 경찰관 안전보호 등 치안 업무에 투입될 예정이다.
6일 LAPD에 따르면 로스앤젤레스 시의회 공공안전위원회는 최근 LAPD의 스폿 구매 제안을 승인했다. 전술적 사용을 위해 설계된 로봇은 아니지만 다양한 사건 사고 현장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것이라는 데 공감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마이클 무어(Michel Moore) LAPD 경찰국장은 경찰위원회 회의를 통해 시의회에 스폿 구매를 제안했다. 무어 국장은 "특수기동대(SWAT)가 접근하기 어려운 건물 내부에서 저항하는 무력 강도들을 통제하기에는 스폿이 제격"이라며 "기존 작전 수행에 사용하는 바퀴 달린 로봇은 한계가 존재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남은 절차는 시의회 전체 승인이다. 공공안전위원회가 승인했다는 점에서 무난하게 통과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지만, 변수가 남았다. 휴고-소토 마르티네즈(Hugo Soto-Martinez) 시의원이 스폿 경찰 투입 반대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내비치고 있어서다. 마르티네즈 시의원은 자신의 공식 트위터를 통해 "저소득 계층과 유색 인종 커뮤니티의 반발이 예상된다"며 "나는 로봇개 경찰 투입에 반대 투표를 던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현재까지 스폿 사용을 중단한 기관은 뉴욕 경찰국(NYPD)이 유일하다. 지난 2021년 스폿 현장 투입이 유색인종 차별 논란으로 확산되며 철회됐었다.
LAPD는 시의회 전체 승인을 설득하기 위해 스폿 구매에 들어가는 비용을 경찰 재단에서 직접 마련하겠다는 조건을 붙였다. 경찰 작전 수행을 위해선 특수 흡착 패드 ‘스마트 그리퍼’ 등이 장착된 최고급 모델을 구입해야 한다. 이 같은 기능을 모두 갖춘 스폿의 가격은 대당 27만7917 달러(한화 약 3억8188만원)에 달한다. 기본 스폿 가격(7만4000 달러)보다 약 4배 비싼 가격이다.
특히 작전 수행을 위해 스폿을 투입할 경우 드론 사용과 동일한 규정을 적용하겠다는 운영계획을 마련했다. 일반 대중 감시용이라는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서다. LAPD는 저격수를 배치한 무장 강도와의 대치 등 경찰관들이 안전 위협이 높은 상황에만 드론을 투입하고 있다. 당초 드론을 활용한 다양한 작전 수행을 예고했으나 시민 단체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투입 전 현장 지휘자의 차상급 지휘관의 승인도 받아야 한다.
LAPD뿐 아니라 작전 수행을 위해 스폿을 구매하는 미국 경찰은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플로리다주와 매사추세츠주 등 경찰 역시 이미 스폿을 활용한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미국뿐 아니라 최근 독일 경찰도 스폿을 추가 구매하고 새로운 임무를 부여하기 위한 테스트에 돌입했다.
글로벌 기업들의 다양한 산업현장에도 투입되고 있다. 포드와 아우디는 3D 스캔 작업을 스폿으로 수행하고 있다. 공장을 자유롭게 이동하며 시설 전체를 상세히 스캔한다는 점을 높게 샀다. 글로벌파운드리도 자체 팹에 스폿을 쓰고자 테스트를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