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엔켐, 스페인 공장 설립 검토…유럽 진출 中 배터리 기업과 협력 추진

2024.09.03 09:30:43

오정강 엔켐 대표, 싱가포르 '더월드폴리오'와 인터뷰
폴란드·헝가리 이어 프랑스·스페인 공장까지 유럽 권역 확대
오는 2030년 글로벌 시장점유율 30% 목표 제시
"中 북미 진출 쉽지 않을 것…빨라야 2027년 공급 가능"

[더구루=정예린 기자] 국내 전해액 제조사 '엔켐'이 스페인 공장 건설을 추진한다. 전기차 핵심 시장인 유럽과 북미 현지 생산 역량을 강화해 '큰 손' 고객사를 확보하고, 글로벌 이차전지 소재 기업으로의 도약을 가속화한다.

 

3일 싱가포르 경제매체 '더월드폴리오(The Worldfolio)'에 따르면 오정강 엔켐 대표는 최근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스페인에 공장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유럽 시장에서 생산 역량을 강화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고자 한다"고 밝혔다.

 

오 대표는 유럽 진출 약 10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지 공장 운영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엔켐은 폴란드 공장 설립을 위해 지난 2015년 유럽 시장에 처음 문을 두드렸다. 시행착오 끝에 3년 만인 2019년 가동에 돌입, 핵심 고객사인 LG에너지솔루션 공장에 전해질 납품을 개시했다. 

 

엔켐은 현재 유럽 내 폴란드와 헝가리에 공장을 두고 있다. 각각 연간 2만 톤(t)과 4만t 규모 생산능력을 자랑한다. 스페인 외 프랑스 덩케르크에도 오는 2026년 가동을 목표로 연간 4만t급 공장 설립을 추진 중이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우리는 시행착오를 통해 귀중한 경험을 쌓았고, 유럽의 비즈니스 관행과 규제 준수 방법을 배웠다"며 "엔켐은 운영은 큰 문제 없이 안정적이었으며, 이제 축적된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생산 규모를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잠재적 파트너십과 관련하여 우리의 주요 초점은 한국 고객에 있지만 현지 파트너십도 중요하다"며 ACC-베르코어(Verkor) 등 현지 배터리 기업은 물론 AESC, CATL, EVE, 고션(Gotion) 등 유럽에 진출한 중국 기업과의 협업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독일, 스웨덴 기업과 파트너십을 모색하고 있으며 유럽에서 부상하는 새로운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와도 협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엔켐은 신규 고객사 확보를 통해 국내 배터리 3사 위주인 유럽 고객사를 다변화한다. 또 다른 핵심 시장인 북미에서는 올 1분기 전략 고객사에 신규 물량 공급을 시작했다. 기존 SK온과 얼티엄셀즈 1공장(오하이오)에 이어 얼티엄셀즈 2공장(테네시)과 테슬라, 파나소닉이 고객사로 합류했다. 

 

오 대표는 오는 2030년까지 글로벌 시장점유율 30%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는 "중장기적으로는 아마도 2030년이나 2035년까지 전 세계 배터리 소비량이 10테라와트시(TWh)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이에 따라 전해질 소비량은 1000만t에 달해 전해질 시장 규모가 100조원에 달하게 된다"며 "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 그 100조 원 시장의 30%를 확보해서 동급 최고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언급했다. 

 

전해액은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과 함께 배터리 4대 핵심 소재로 꼽힌다. 리튬이온배터리에서 리튬이온이 양극과 음극 사이를 잘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배터리 시장이 확대되면서 전해액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전해질 시장은 중국이 꽉 잡고 있다. 오 대표는 중국 기업의 경쟁력을 인정하면서도 서방 국가의 대중 제재로 인해 북미 등 주요 시장 진출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고 봤다. 엔켐은 기술력과 현지 생산능력을 앞세워 이들의 빈자리를 꿰차고 성장 가속페달을 밟는다는 계획이다. 

 

특히 중국이 이미 투자 적기를 놓쳤다고 분석했다. 공장을 건설하고 상업 가동에 5~6년이 소요된다고 감안했을 때 한 발 늦었다는 것이다. 상위 40개 전해질 제조사의 대부분이 중국이고, 4~5위권은 사실상 엔켐을 제외하면 다 중국 기업이다. 북미 등 중국 기업과의 거래가 쉽디 않은 고객사 입장에서 엔켐은 유일한 대안일 수 밖에 없는 셈이다. 

 

오 대표는 "중국 기업들이 모로코와 미국에 진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일반적으로 사업 계획에서 상업 생산까지 5~6년이 걸릴 것이라고 가정했을 때, 중국 기업들이 고객에게 공급을 시작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시기는 2027년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엔켐은 세계 각지에 공장을 짓고 현지화를 추진해 현지 수요에 적극 대응한다. 우선 북미에서는 이미 가동중인 연 2만t 규모 조지아 공장을 오는 2026년까지 30만t으로 증설한다. 켄터키주와 캐나다 온타리오 공장에도 신공장을 짓는다. 

 

아시아권에서는 중국 산둥 짜오좡(조장)과 쑤저우시 장자강(장가항) 공장 증설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다. 연간 10만t의 캐파를 담당할 수 있는 화남 공장과 사천 공장도 내년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인도네시아 카라왕에도 전해액 공장을 짓고 있다. 이 곳에서 생산된 전해액은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 간 인도네시아 합작법인 'HLI그린파워'에 공급된다. 

 

오 대표는 "엔켐은 북미에서 2022년 이후 생산을 안정화했으며, 우리는 현재 글로벌 역량을 확장하고 강화하는 과정에 있다"며 "오는 2025년까지 켄터키, 온타리오, 텍사스에서 전해질 공장 가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는 우리와 중국 경쟁자들 사이에 상당한 시간적 격차를 발생시킬 것"이라며 "우리의 주요 목표는 2027년까지 미국과 유럽연합(EU) 시장을 선점하여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시장 점유율을 극대화하여 중국 경쟁자들에게 후속적인 선두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정예린 기자 yljung@thegur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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