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진유진 기자] 현대엔지니어링이 세르비아에서 2조원 규모의 태양광 발전 사업을 수주했다. 오랜 기간 플랜트·인프라, 건축·주택시장에서 폭넓은 경험을 쌓은 가운데 이번 수주를 통해 신재생 에너지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할 것으로 기대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세르비아 정부는 지난 15일(현지시간) 현대엔지니어링 미국법인·미국 태양광 업체 UGT 리뉴어블(UGT Renewables)로 구성된 컨소시엄과 1.2GW(기가와트)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 건설과 전기 저장용 배터리 시스템 구축에 관한 계약을 체결했다.

이날 체결식에는 △두브라브카 제도비치 세르비아 광업에너지부 장관 △홍현성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사장 △아담 코테즈 UGT 리뉴어블 최고경영자(CEO) △두샨 지브코비치 세르비아 전력 공사(EPS) 사장 등이 참석했다.

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은 지난해 11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세부 사항을 논의해 왔으며, 이번 계약을 통해 세르비아 태양광 사업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게 됐다. 양측은 조만간 자금 조달 조건에 대해 협의할 계획이다.

이번 사업은 세르비아 남동부 자예차르와 남부 레스코바츠 등 주요 6개 지역에 총 1.2GW급 태양광 발전소와 200MW(메가와트) 규모의 에너지 저장 장치를 설계·조달·시공(EPC)해 EPS에 해당 시설을 인도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오는 2028년 6월 가동이 목표다. 총 계약액은 14억8000만 달러(약 2조200억원)로, 미국 수출입은행과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보증기구(MIGA), 스웨덴 수출신용공사 등이 자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세르비아의 에너지 안보와 전력 공급 안정성을 강화하는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특히 한국 건설사가 세르비아에서 태양광 발전소 사업을 수주한 첫 번째 사례이자, 국내 건설사로서는 해외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사상 최대 규모다.

세르비아 정부는 기후 변화에 대응하고자 석탄화력 발전 중심의 전력 생산 체제에서 벗어나 태양광·풍력·소수력 등 신재생 에너지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이를 통해 신재생 에너지 비중을 현재 2.5% 수준에서 2040년 40%, 2050년 50%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은 "태양광 발전소가 가동되면 연간 1.6TWh~1.7TWh의 전력을 생산하게 되며, 이는 세르비아가 수입하는 전력량과 맞먹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업을 통해 세르비아는 향후 30년간 약 36억 유로(약 5조3390억원)의 비용 절감을 기대할 수 있으며, 전력 수입을 대체해 에너지 자립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현성 현대엔지니어링 대표는 "이번 계약으로 발전소와 배터리 시스템 건설을 위한 상업적 계약이 마무리됐다"며 "이번 프로젝트는 현대엔지니어링이 전 세계에서 성공적으로 수행해 온 대규모 프로젝트 경험을 통해 친환경 에너지 분야로 확장하는 중요한 사례"라고 전했다.

그는 "유럽 최대 규모의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 중 하나로, 세르비아의 에너지 포트폴리오를 크게 변화시킬 것"이라며 "이번 프로젝트가 한국과 미국 기업들이 세르비아 시장에 진출하는 데 긍정적인 사례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