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진유진 기자] 중국 배터리 제조업체 고션하이테크(Gotion High-tech·궈시안)가 모로코 국부펀드 CDG 그룹으로부터 모로코 최초의 배터리 기가팩토리 건설을 위한 대규모 자금을 유치했다. 이는 글로벌 친환경 에너지 솔루션 확대와 지속 가능한 에너지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한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고션은 지난 13일(현지시간) CDG 그룹과 배터리 기가팩토리 프로젝트 투자 관련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CDG 그룹은 고션이 추진 중인 모로코 배터리 공장 건설 프로젝트 1단계에 3억 유로(약 4390억원)를 투자하게 된다.
앞서 고션은 지난 6월 모로코 정부와 13억 달러(약 1조8270억원) 규모의 기가팩토리 투자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프로젝트 1단계는 연간 생산량 20GWh 규모로, 오는 2027년 가동할 예정이다. 향후 연간 생산량을 100GWh까지 확대할 경우 총 투자액은 65억 달러(약 9조136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양사는 아프리카와 유럽을 잇는 에너지 허브 구축 전환점을 맞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생산을 통해 유럽 전기차·에너지 저장 시스템(ESS) 시장 수요에 부응할 것으로 전망된다.
모로코는 태양열과 풍력 에너지 자원이 풍부하며, 오는 2030년까지 전력 수요의 50%를 재생 에너지로 충당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최근 모로코는 유럽과의 지리적 근접성과 유럽연합(EU)·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기존 자동차 산업 기반 등을 발판 삼아 새로운 글로벌 배터리 제조 허브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코발트와 인산염 등 2차 전지 원자재가 대량 매장돼 있어 배터리 제조를 위한 안정적 자원 공급이 가능하다는 점도 강점으로 평가된다.
고션은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 중 하나로, 지난 1월부터 9월까지 세계 시장 점유율 2.5%를 기록하며 8위를 차지했다. 독일 폭스바겐 그룹이 고션의 주요 대주주로, 24.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기가팩토리에서 생산된 배터리는 폭스바겐의 유럽 전기차 모델에 공급될 가능성이 크다.
칼리드 사피르 CDG 그룹 회장은 "이번 파트너십은 모로코와 아프리카의 에너지 환경을 개선하고 지속 가능한 운송 전략을 촉진할 것"이라며 "고션의 프로젝트가 모로코 전기차 산업 전환과 에너지 생태계 발전을 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 젠 고션 회장은 "고션 첨단 생산 기술과 경영 역량을 모로코에 도입해 CDG와 협력하겠다"며 "모로코 에너지 전환 벤치마크가 될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모로코 재생 에너지 자원과 고션 첨단 기술 결합으로 글로벌 에너지 저장 솔루션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