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김예지 기자] 국내 통신 및 유료방송 시장이 향후 5년간 0%대 성장이라는 유례없는 정체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유·무선 음성 통화 매출이 급격히 줄어드는 가운데, 5G 데이터와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가 시장의 실적 하락을 간신히 방어하는 모양새다.
28일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데이터(GlobalData)가 발표한 ‘한국 통신 사업자 국가 지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통신 및 유료방송 서비스 매출은 2024년 318억 달러에서 2029년 326억 달러(약 43조원)로 소폭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 기간 연평균 성장률(CAGR)은 단 0.5%에 그칠 전망이다.
보고서는 이러한 성장의 발목을 잡는 핵심 요인으로 유·무선 음성 서비스 매출의 감소를 꼽았다. 모바일 부문에서는 통신사들이 무료 통화 분량을 요금제에 기본 포함하는 추세가 강화되고 있으며, 이용자들이 카카오톡 보이스톡 등 인터넷 기반 통화 플랫폼으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음성 가입자당 평균 매출(ARPU)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모바일 데이터 서비스 매출은 향후 5년간 연평균 3.6% 성장하며 시장을 지탱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ARPU가 상대적으로 높은 5G 가입자가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칸티푸디 프라딥티(Kantipudi Pradeepthi) 글로벌데이터 애널리스트는 "한국의 5G 가입자 비중은 오는 2029년 89.4%에 이를 것"이라며 "정부와 통신사들의 네트워크 확장 노력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6년까지 모든 5G 기지국을 단독모드(SA) 코어 네트워크로 연결하도록 권고하며 인프라 고도화를 추진 중이다.
유선 및 유료방송 시장에서도 구조적 변화가 뚜렷하다. 기존 시내전화와 인터넷전화(VoIP) 매출은 가입자 이탈로 축소되고 있으나, 초고속 인터넷 부문은 광케이블(FTTH/B) 채택 확대로 견조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유료방송 시장 역시 케이블TV와 위성방송(DTH) 가입자는 감소세지만, IPTV 가입자의 증가가 전체 매출 급락을 저지하는 방어선 역할을 하고 있다. 보고서는 유료방송 매출이 2029년까지 연평균 1.2% 수준의 미미한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보았다.
사업자별로는 기존 선두 업체들의 시장 지배력이 유지될 전망이다. SK텔레콤은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와 데이터 공유 혜택 등을 앞세워 모바일 시장 1위를 수성할 것으로 보이며, 특히 사물지능통신(M2M) 및 사물인터넷(IoT) 등 기업용(B2B) 세그먼트에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유선 분야 강자인 KT는 광케이블 인프라 우위를 바탕으로 인터넷과 IPTV를 묶은 결합상품 프로모션을 강화하며 1위 자리를 굳건히 할 것으로 분석됐다. 글로벌데이터는 한국 시장이 이미 고도로 성숙한 단계에 진입한 만큼, 향후 통신사들의 전략이 단순 가입자 확보보다는 고부가가치 데이터 서비스와 기업용 솔루션 중심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