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김형수 기자] CJ제일제당이 'CJ가(家) 4세'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이 글로벌 영토 확장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총 8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통해 미국과 유럽에 생산 거점을 마련하고 K푸드 브랜드 비비고 해외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이 실장은 지난 2013년 CJ그룹 공채로 입사했다. 이후 CJ지주사 경영전략실 부장, CJ제일제당 글로벌 비즈니스 담당, CJ제일제당 식품전략기획1 담당 경영리더 등을 거쳤다. 지난 2022년 10월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 실장을 맡아 CJ제일제당 신성장 동력 확보에 총대를 메고 있다. 식품성장추진실은 식품사업 전략본부, M&A 본부, 벤처투자, 신사업 본부 등으로 이뤄져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지난해 11월 미국 자회사 슈완스를 통해 사우스다코타주 수폴스(Sioux Falls) 북미 아시안 푸드 신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해당 공장은 오는 2027년 완공을 목표로 축구장 80개 규모(57만5000㎡)의 부지에 조성된다. 초기 투자 금액은 약 7000억원 규모다. 완공 시 비비고 찐만두∙에그롤 생산라인과 폐수처리 시설, 물류센터 등을 갖춘 미국 중부 생산거점 역할을 할 예정이다.<본보 2024년 11월 15일 참고 [단독] CJ, 美 비비고 만두공장 첫 삽…1.4조 투자>
이어 헝가리 부다페스트 근교 두나버르사니(Dunavarsány)에 '유럽 K푸드 신(新)공장' 부지를 확정하고 설계를 시작했다. 약 1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해 축구장 16개 크기 부지(11만5000㎡)에 공장을 건설한다는 방침이다. 최첨단 자동화 생산라인을 설치하고 오는 2026년 하반기부터 비비고 만두를 생산해 유럽 시장에 공급할 예정이다. 추후 비비고 치킨 생산라인 증설을 계획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 소비 여력은 높지만 K푸드 시장이 이제 막 형성되고 있어 향후 성장가능성이 높다는 판단 아래 현지 생산기지 건설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7월 프랑스에서 개최된 '2024 파리 올림픽' 당시 운영된 파리올림픽 코리아하우스 개관식 만찬 행사에서 한식 셰프 육성 프로젝트 '퀴진케이'(Cuisine. K) 영셰프들이 선보인 한식 메뉴가 호응을 얻는 것을 보고 유럽 시장성을 확인한 이 실장이 관련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퀴진케이는 한식 세계화를 목표로 이 실장이 기획한 사회공헌 프로젝트다. 퀴진케이 셰프들은 코리아하우스 개관식 만찬 행사에서 비비고 떡갈비 꼬치, 비비고 닭강정 등 18가지 메뉴를 준비했다. 당초 참석 인원보다 많은 250인분을 준비했으나 만찬 시작 30분만에 18가지 메뉴가 모두 소진되는 등 큰 호응을 얻었다.
미국, 헝가리 비비고 공장 운영을 통해 현지 생산 역량을 강화하고 글로벌 K푸드 판매 확대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CJ제일제당은 지난 2019년 인수한 미국 슈완스 공장을 포함해 총 20개의 식품 생산시설을 북미에서 운영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 지난 2018년 독일 냉동식품 기업 마인프로스트 인수를 통해 생산기지를 확보했다.
CJ제일제당 해외 식품사업 매출은 지난 2019년 3조1540억 원에서 지난해 5조3861억 원으로 4년간 70% 이상 성장했다. 같은 기간 전체 식품 매출에서 해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39%에서 48%로 10%p 늘었다. 특히 유럽은 지난해 3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40% 성장하며 CJ제일제당 글로벌 영토 확장의 전략 지역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CJ제일제당은 헝가리를 교두보 삼아 폴란드·체코·슬로바키아 등 중동부 유럽으로 현지 시장을 넓힌다는 전략이다.
미국은 해외 식품사업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시장이다. 비비고 만두가 CJ제일제당 북미 효자 상품으로 꼽힌다. 비비고 만두 미국 B2C(기업 소비자간 거래)시장 점유율은 △2019년 7.8% △2020년 11.9% △2021년 24.1% △2022년 28.5% △2023년 37.8% 등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1분기 41.9%로 40%를 돌파한 데 이어 같은해 2분기 44.5%를 기록하며 선두를 달리고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유럽은 소득수준이 높아 소비력이 크지만 아직 K푸드 확산은 초기 단계여서 성장 가능성이 큰 전략 신시장이고, 미국은 CJ제일제당 해외 식품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메인 시장"이라면서 "지역별 생산시설 가동 후 유럽에서는 높아진 생산력을 바탕으로 보다 빠르게 사업을 키워 나가고, 이미 사업이 대형화된 미국에서는 아시안 카테고리에서 1등 지위를 더 공고히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