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오소영 기자] 미국 공화당 의원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차별적인 관세 부과를 견제하는 법안을 냈다. 의회에 보고하고 승인을 받아야만 관세가 발효되도록 했다. SK하이닉스와 삼성SDI 등 국내 기업들이 대거 진출한 주 소속 의원들도 법안 발의에 동참해 이목을 모은다.
12일 척 그래슬리 의원실과 더힐 등 외신에 따르면 공화당 상원의원 7명은 지난 3일(현지시간) '2025년 무역검토법(Trade Review Act of 2025)'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관세 발효 시 의회의 승인을 받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대통령이 새 관세를 부과하거나 인상하기로 결정했다면, 28시간 내에 의회에 알리고 그 사유를 설명해야 한다. 미국 기업과 소비자에 미치는 관세 정책의 잠재적 영향을 평가해 이를 담은 자료도 제출해야 한다. 이후 의회에서 60일 이내에 통과되지 못하면 관세는 자동으로 종료된다. 단, 반덤핑·상계 관세는 의결 대상에서 제외된다.
해당 법안에는 △상원의장 대행을 맡고 있는 그래슬리 상원의원(아이오와) △미치 매코널 상원의원(켄터키) △제리 모란 상원의원(캔자스) △리사 머코스키 상원의원(알래스카) △톰 틸리스 상원의원(노스캐롤라이나) △토드 영 상원의원(인디애나) △수전 콜린스 상원의원(메인)이 서명했다.
이들 의원의 지역구에는 반도체와 배터리 등 한국 기업이 투자한 주들도 포함됐다. 인디애나주는 SK하이닉스가 5조원을 들여 인공지능(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공장을 건설하는 지역이다. 삼성SDI와 스텔란티스의 합작공장도 인디애나에 있다. SK온은 미국 포드와 켄터키주에 2개 공장(총 86GWh)을 짓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진출한 다수 주의 의원들은 트럼프의 공격적인 관세 정책을 막을 법안에 지지를 공개적으로 표했다. 관세로 인한 기업의 피해를 의식한 행보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한국 25%를 비롯해 전 세계 57개 국가를 대상으로 상호 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했다. 특히 중국에는 50% 추가 관세를 더해 관세율을 총 104%까지 끌어올렸다. 이로 인해 현지 진출 기업들의 피해는 막대하다. 블룸버그NEF(BNEF)에 따르면 미국 내 배터리 공장들은 올해 배터리 제조를 위해 양극재는 83%를, 음극재는 67%를 수입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가 매겨지면 배터리 제조 비용의 상승은 불가피하다. 핵심 부품 가격이 오르면서 미국 전기차 수요가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또한 반도체를 대상으로 한 관세 부과 리스크도 무시할 수 없다. 미국 수출을 통해 상당한 실적을 거두고 있어서다.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에 힘입어 지난해 미국 매출 비중이 60%를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