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진유진 기자] '불닭볶음면'으로 글로벌 시장을 사로잡은 삼양식품이 차세대 매운 라면 브랜드 '맵(MEP)'을 미국에 공식 론칭했다. '포스트 불닭'으로 키우기 위한 본격적인 행보로, 불닭볶음면으로 높은 성장률을 기록 중인 미국 시장에서 정제된 매운맛으로 제2의 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30일 삼양식품에 따르면 미국 주요 온·오프라인 유통채널을 통해 신제품 '맵' 시리즈 3종을 출시했다. '맵'은 자사 국내 브랜드 '맵탱'의 글로벌 버전 브랜드로 K푸드의 정수인 '매콤함', '맵다'에서 착안한 브랜드명이다.
이번 미국 진출은 지난해 말 사전 테스트 과정을 거쳐 시장 반응을 확인한 뒤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삼양식품은 원주 공장에서 미국 수출용 맵 제품 생산을 준비해 왔으며, 국물 라면에 대한 수요 증가와 매운맛 선호도에 맞춘 제품 전략으로 현지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있다.
미국 시장에 선보인 제품은 △마늘조개라면 △흑후추소고기라면 △매운닭고기코리앤더라면 등 3종으로, 현재 H마트, 자이언 마켓, 하남체인, 아마존 등에서 판매 중이다. 풍부한 국물과 이국적인 풍미, 부드러운 텍스처를 조화시켜 매운맛을 선호하는 현지 MZ세대를 겨냥했다.
미국은 삼양식품 해외 사업의 핵심 거점이다. 올해 1분기 삼양식품 전체 매출 5290억원 중 4240억원이 해외에서 발생했으며, 미국 법인 '삼양아메리카'는 전년 동기 대비 62% 증가한 91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브랜드 전략도 조직 차원에서 체계화됐다. 삼양식품은 올해 들어 신성장브랜드본부를 신설하고, 삼성전자 출신 김선영 상무를 본부장으로 영입했다. 해당 본부는 맵 외에도 '탱글', '잭앤펄스' 등 신규 브랜드 개발과 마케팅을 총괄한다.
불닭볶음면 성공 이후, 새로운 글로벌 브랜드가 필요한 시점에 맵을 통해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앞서 맵은 지난해 12월 태국, 올해 2월 일본, 5월 말레이시아에 잇따라 진출하며 글로벌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말레이시아에서는 세븐일레븐 전 점포에 단독 입점했으며, 쿠알라룸푸르 대형 쇼핑몰에서 운영한 팝업스토어에는 1만5000명 이상의 방문객이 몰리는 등 현지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불닭 브랜드에 대한 글로벌 인지도는 여전히 강력하지만, 장기적 성장을 위해선 신규 브랜드 육성이 필수"라며 "삼양식품은 맵을 통해 K-푸드 대표 브랜드로서 입지를 넓히는 한편, 매운맛 트렌드를 고급화·다변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