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김은비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의 전기차(EV) 정책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 북미 사업을 이끄는 핵심 임원이 미국 내 EV 투자 축소가 현지 자동차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22일 미국 전기차 전문매체 인사이드EVs(INSIDEEVs)에 따르면 이혁재 LG에너지솔루션 북미지역총괄(부사장)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제이콥 재비츠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2025 뉴욕오토쇼'에서 진행된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전기차로 전환을 늦추면 미국은 자동차 산업을 잃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부사장은 “미국이 내연기관에 집착하며 과거로 되돌아간다면 누가 미국의 차를 사겠느냐”며 “미국이 산업정책 차원에서 차세대 기술에 투자하지 않는다면 그 대가는 매우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부사장은 현재 상황을 증기선이 나왔던 19세기 산업혁명 시기에 비유했다. 이 부사장은 "1875년 당시 증기선은 처음엔 느렸으나 결국 주류가 됐다"며 "현재 전기차 시장은 증기선과 범선의 갈림길과 같다"고 강조했다.
이 부사장의 주장은 최근 일부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전기차 목표를 축소하고 미국 정부 역시 EV 세제 혜택, 충전 인프라 투자 등에서 후퇴하고 있는 상황에 일침을 한 것이다.
미국 전기차 시장에 적극 투자하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에 총 8개의 배터리 공장을 운영 혹은 건설하며 GM과 △혼다 △현대차·기아 △토요타 등 미국 내 주요 완성차 브랜드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특히 미국 내 첫 원통형배터리 전용 공장은 절반 이상 건설이 완료, 내년 중순 시제품 생산을 시작하고 올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양산에 들어간다.
이 부사장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핵심 기후 정책이었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기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를 드러냈다. 이 부사장은 “IRA가 철회되면 LG에너지솔루션에게도 큰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정치적 견해에 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내놨다. 이 부사장은 “우리는 정치적 노선과 무관, 미국 내 생산 확대에 대한 방향성이 일치한다”며 “우리는 현재 트럼프 행정부 및 의회 모두와 대화를 이어가며 올바른 방향으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LG에너지솔루션은 향후 북미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 합리적 가격대의 고성능 배터리를 양산, '두 토끼'를 잡는다는 목표다. 이 부사장은 "더 저렴하고 오래 가는 배터리를 더 빠르게 내놓는 것이 우리의 핵심 목표”라며 “새로운 화학 조성, 새로운 배터리 포맷을 통해 가격을 낮추기 위한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