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정예린 기자] 한화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처한 노르웨이 'REC실리콘'에 대해 긴급 자금 지원에 나선다. 표면적으로는 단기 운영 자금 조달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자발적 공개매수를 앞두고 소액주주들의 반대 여론을 완화하고 인수의 진정성을 입증하기 위한 전략적 수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REC실리콘은 지난 27일(현지시간) 한화글로벌아메리카(Hanwha Global Americas Corporation)와 1000만 달러 규모 무담보 단기 대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대출 만기는 내년 5월 27일까지이며, REC 실리콘은 조달한 자금을 긴급 운영 자본으로 활용해 경영 정상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번 자금 지원은 한화가 REC실리콘을 단순 투자처가 아닌 '책임 있는 인수자'로서 바라보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재무 위기 속에서도 사업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동시에, 완전 자회사 편입 이후에도 정상화와 성장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자발적 공개매수 성사에 필요한 최소 90% 이상의 지분 확보를 앞두고 소액주주들의 반발을 누그러뜨리는 효과도 기대된다.
공개매수 성사를 위해선 최소 90% 이상의 지분 확보가 필요한데, 현재 소액주주를 중심으로 ‘저평가 매각’에 대한 반대 움직임이 거센 상황이다. 한화그룹이 제시한 공개매수 가격(주당 2.20노르웨이크로네)이 기업 가치에 비해 낮다는 게 일부 주주들의 주장이다. 실제 한화그룹의 인수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본보 2025년 5월 26일 참고 REC실리콘 슈퍼개미, '한화솔루션 공급 계약 해지' 공식 조사 요구>
한화글로벌아메리카는 한화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한화와 한화솔루션이 공동 보유한 북미법인이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8월과 11월에도 ㈜한화 미국법인 ‘한화인터내셔널’을 통해 REC실리콘에 각각 2500만 달러 단기 대출을 제공하며 사업 안정화를 지원한 바 있다. 이번 대출은 연장선상에서 한화그룹이 REC실리콘 경영 정상화와 인수 의지를 꾸준히 보여주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셈이다. <본보 2024년 11월 6일 참고 한화, REC실리콘 긴급 자금 지원...美 사업 안정화 판단 작용>
㈜한화와 한화솔루션은 지난 4월 REC실리콘의 나머지 지분을 공개매수 방식으로 취득하겠다고 발표하고, 완전 자회사 편입을 추진 중이다. 예상 투자금액은 약 1270억원 규모다. 한화그룹은 2022년부터 REC 실리콘 지분 투자를 통해 북미 태양광 밸류체인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현재 ㈜한화와 한화솔루션이 총 약 33.34%의 지분을 확보해 최대 주주에 올랐다.
REC실리콘 관계자는 "이번 대출은 한화의 자발적 공개매수 제안과 연계된 논의의 일환으로, 회사의 긴급 운영 자본 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것"이라며 "한화는 기존 주주 대출 연장 또는 신규 브리지론 형태로 재정 지원 의향을 밝혀왔다"고 밝혔다.
이어 "REC실리콘은 현재 부채 상환과 운영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추가 금융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내용은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화솔루션은 REC실리콘 지원을 위해 약 5000억원 규모 주가 수익 스와프(PRS) 계약을 추진 중이다. 한화솔루션 큐셀부문 산하 독일 Q에너지 계열 법인의 지분을 담보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