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선루프 자폭' 오명 벗은 기아, 美 선루프 11년 법정 공방 '완승'

2026.03.20 14:39:18

오하이오 연방법원, 설계 결함 증거 부족으로 기각
합의 대신 '정공법'으로 기술력 입증

 

[더구루=김예지 기자] 기아가 미국 시장에서 10년 넘게 끈질기게 이어온 '파노라마 선루프 자폭 논란'의 종지부를 찍었다. 지난 2015년 고속도로 주행 중 선루프가 폭발하듯 분쇄되며 시작된 이 사건은 한때 수조 원대 배상금이 걸린 초대형 집단소송으로 번지며 기아를 압박했으나, 기아는 타협 대신 '법리적 정공법'을 택했다. 결국 미국 법원이 원고 측의 설계 결함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가 없다고 판시하며 기아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판결로 기아 설계의 정당성이 사실상 '최종 공인'됨에 따라, 기아는 장기 리스크 해소와 함께 북미 시장에서의 기술적 신뢰도를 완벽히 회복하게 됐다.

 

20일 미국 오하이오 남부 연방법원에서 발행한 공식 법원 판결문 따르면 제프리 P. 홉킨스 판사는 지난 18일(현지시간) 개인 운전자 톰 콘다쉬가 기아 미국법인(KMA)과 기아 본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기아 측의 약식 판결 신청을 인용하고 원고의 소를 기각했다. 지난 2015년 소송이 제기된 지 11년 만에 나온 최종 확정 판결이다.

 

이번 소송은 지난 2015년 콘다쉬가 2012년형 기아 옵티마(K5)를 타고 고속도로를 시속 약 110km로 주행하던 중 발생한 사고가 발단이 됐다. 당시 선루프가 총소리 같은 굉음과 함께 폭발하듯 산산조각 났고, 현지 법무법인이 가세하며 기아 미국법인뿐만 아니라 한국 본사의 설계 책임까지 묻는 대규모 집단소송으로 확대됐다.

 

사건의 결정적 전환점은 지난 2020년 9월에 찾아왔다. 당시 재판부는 개별 차량마다 파손 원인이 다를 수 있어 하나의 집단으로 묶어 재판하기 부적절하다며 원고 측의 집단소송(Class Action) 인증 신청을 거부했다. 이 결정으로 기아는 수조 원대 배상 리스크를 1차적으로 차단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소송은 콘다쉬 개인의 피해 여부만을 다루는 개인 소송 형태로 전환되어 이어져 왔다.

 

당시 소비자 측 법무법인은 전문가 조사를 근거로 기아 선루프의 고장률이 2.14%에 달한다고 주장하며 압박했으나, 법원은 이를 소송 목적으로 부풀려진 수치라는 기아 측의 반박을 수용했다. 이번 최종 판결은 집단소송 무산 이후에도 끈질기게 개별 소송을 이어온 개인 운전자 콘다쉬에 대한 사법부의 최종 판단이다.

 

홉킨스 판사는 판결문에서 설계 결함과 같은 기술적 사안을 입증하려면 과학적인 전문가 증언이 필수적이지만, 원고는 단순한 추측성 주장 외에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명시했다. 또한 사고 당시 주행거리가 6만 2139마일로 기아의 보증 범위(6만 마일)를 초과했다는 점도 승소의 근거가 됐다. 기아가 도의적 차원에서 선루프를 무상 교체해 준 것과는 별개로, 법적으로는 제조 및 판매사의 의무 위반이 없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현대차 등 타 제조사들의 대응 방식과 대조적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2019년 캘리포니아에서 진행된 유사한 선루프 집단소송에서 약 540만 달러(당시 약 63억원) 규모의 합의금을 지불하고 보증기간 연장 등 파격적인 보상안을 제시하며 사건을 종결한 바 있다. 반면 기아는 11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끝까지 법리적으로 대응해 설계 및 판매 주체 모두 결함 없음을 공인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기아는 재판 내내 선루프 파손이 설계 결함이 아닌 도로 위의 파편 등 외부 충격에 의한 것이라는 논리를 펼쳤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 역시 지난 2021년 기아 선루프의 파손율이 0.05% 수준으로 업계 평균 이내이며, 안전 결함 증거가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조사를 종결한 것이 이번 판결에 최종적인 힘을 실었다.

김예지 기자 yeletzi_0418@thegur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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