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박상규 기자] 독일 BMW그룹이 배터리 제조사와 배터리 기가팩토리 5개를 구축합니다. 배터리 독립 계획이 구체화되면서 오랜 파트너사인 삼성SDI와의 협력 가능성에 이목이 쏠리는데요.
독일 월간지 매니저 매거진(Manager-Magazin)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요아킴 포스트(Joachim Post) BMW 구매 담당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연례 기자회견에서 "파트너들과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할 기가팩토리 5개를 건설하려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전기차를 생산하는 지역에 기가팩토리를 운영하겠다"라며 협력사와 투자 일정 등 세부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는데요.
BMW는 삼성SDI와 중국 CATL·EVE에너지, 스웨덴 노스볼트 등으로부터 배터리를 받아왔습니다. 공급망을 다변화해 안정적으로 배터리를 수급하고 있는 만큼 자체 생산을 서두르지 않겠다고 밝히면서도 배터리 연구에 관심을 기울였는데요. 독일 뮌헨에 배터리 셀 역량 센터를 두고 파스도르프에 1억1000만 유로(약 1470억원)를 투자해 파일럿 공장도 지었습니다. 파일럿 라인 설치는 '유럽 공동 관심 분야 주요 프로젝트'(IPCEI)에 지정돼 자금을 지원받았습니다.
BMW는 전기차 판매량이 증가하면서 궁극적으로 배터리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고 판단했는데요. BMW는 올해 전기차 15종을 생산하고 2025년까지 누적 200만 대 이상을 판매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판매량이 증가하면 배터리 수요도 자연스레 늘고 외부 제조사에서 공급받는 것만으로 감당할 수 없다는 게 BMW의 분석인데요.
배터리 기술을 확보하려는 완성차 회사와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배터리 업체의 협력은 이미 전기차 업계의 대세로 자리잡았습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LG에너지솔루션과 협력했으며, 포드는 SK온과 현지에서 배터리 합작 공장을 만드는데요. 세계 4위 완성차 회사 스텔란티스도 LG·삼성과 손잡고 배터리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BMW가 기가팩토리 투자에 나서면서 파트너사로 누구를 택할지도 주목되는데요. 삼성SDI는 유력한 후보입니다. 전기차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장기간 파트너십을 이어온 만큼 배터리 생산에 삼성이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인데요.
BMW와 삼성SDI는 2009년부터 전기차 공동 개발을 진행했습니다. 2019년 20억 유로(약 2조6760억원) 규모의 공급 계약을 체결해 2021년부터 11년간 배터리를 받기로 했습니다. 지난해 출시한 iX와 i4에도 삼성SDI의 배터리 '젠5'를 탑재했는데요. 젠5는 1회 충전에 600㎞ 이상 주행이 가능한 고성능 전기차용 배터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