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배터리 핵심 원자재 시설 미비…韓 역할 중요"

2022.08.03 10:47:53

美웨슬리대학교 연구팀 EV 공급망 조사 결과
배터리 공장 우후죽순…소재 수요 충족 불가능
정부 보조금 받기 위해선 소재 현지 조달해야

 

[더구루=정예린 기자] 미국 내 배터리 핵심 원재료 생산시설이 수요를 감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당국이 소재 현지 조달을 보조금 지원 원칙으로 내세운 가운데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의 역할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3일 제임스 터너 웨슬리대학교(Wellesley College) 환경학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의 조사에 따르면 현재 미국 내 리튬, 코발트, 니켈, 흑연을 채굴하거나 정제하는 시설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12개 이상의 건설 프로젝트가 진행 예정이지만 아직 초기 단계인데다 완공 후에도 수요를 충족하지 못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에는 글로벌 기업들의 전기차 배터리 거점기지가 대거 들어서고 있다. 현재 연간 최소 700GWh 규모의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8개의 공장이 가동 중이고 10개 시설이 건설중이다. 근무 인력은 총 3만2550명에 달한다. 미국에 생산거점을 두려는 회사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들이 잇따라 미국 진출을 선언하는 것은 북미가 전기차 최대 시장 중 한 곳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전기차 산업 발전을 위해 기업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도 주요 이유 중 하나다. 

 

공장이 들어설 지역 정부의 각종 세제혜택에 더해 연방정부도 대규모 인센티브를 예고하고 있다. 최근 전기차,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산업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 통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예산안은 향후 10년간 기후·에너지 관련 분야에 3690억 달러(481조원)를 책정했다. 미국산과 캐나다산 전기차 구입시 7500달러의 세금 공제를 제공하는 내용이 포함돼 전기차 판매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다만 정부가 요구하는 '미국산'과 '캐나다산' 전기차에는 단순히 현지에서 자동차를 조립하는 것 뿐만 아니라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까지 조달해야 한다는 의미가 포함된다. 이 때문에 미국 내 리튬, 코발트, 니켈, 흑연 생산시설 부족이 전기차 산업 성장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웨슬리대학교 연구팀은 미국 공정 무역 동맹국의 역할에 주목했다. 한국, 호주, 칠레, 멕시코, 캐나다가 원재료 조달 문제를 해결할 주요 키를 쥐고 있다고 봤다. 미국 정부가 인센티브 안에 공정 무역 동맹국에서 공급한 소재는 예외로 인정키로 했다는 것이다. 

 

터너 교수는 "동맹국들은 (미국에 생산거점을 둔) 배터리 제조업체가 정부의 지원금을 받기 위한 요구 사항을 충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인센티브 감축 법안은) 미국이 청정에너지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재료 공급의 지속가능성을 갖춘다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웨슬리대학교 연구팀은 전기차 공급망의 성장을 추적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원재료 추출·정제, 배터리 부품·셀 제조, 전기차 조립, 재활용 작업 등 생태계 전반을 포함하는 77개 시설을 분석했다. 17곳은 풀가동중이고 10곳은 운영중이나 증설 작업 등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또 다른 17곳은 건설중이고 나머지는 계획 또는 시범 운영중이다. 

정예린 기자 yljung@thegur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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