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삼성SDI가 중국 리튬 생산 업체 강서강봉이업(Ganfeng Lithium·이하 간펑리튬) 지분을 절반 이상 줄였다. 간펑리튬이 배터리 기업으로의 변신을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잠재적 경쟁사를 견제하고 미국 '인플레 감축 법안(IRA)'에 대비해 리튬 공급망을 다변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26일 홍콩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삼성SDI는 지난 22일(현지시간) 보유하고 있던 간펑리튬 주식 1662만2000주를 매각했다.
삼성SDI는 지난 2018년 간펑리튬이 홍콩 증시에 상장(IPO)할 당시 투자자로 참여하며 인연을 맺은 뒤 양사 동맹을 확대해왔다. 총 574억원 가량을 투자해 지분 1.8%(2374만5600주)를 사들였었다. 파트너십을 통해 배터리 생산 원료인 리튬과 탄산리튬도 공급받기로 했다.
리튬은 배터리 제조 4대 핵심 소재 중 하나인 양극재의 필수 원료로 전기를 생성·충전하는 역할을 맡는다. 리튬이 쓰이는 배터리는 전기차 생산비용의 약 40%를 차지한다. 전기차 시장 확대로 수요가 늘면서 리튬 가격은 전년 대비 약 4배 뛰는 등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여전히 리튬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가운데 리튬 생산 업체와의 동맹을 공고히하는 다른 배터리 기업과 달리 간펑리튬 지분을 대량 정리한 삼성SDI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 삼성SDI는 지난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리튬업체 지분 투자를 통해 장기적 공급망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불과 두 달여 만에 최대 리튬 공급사 주식을 처분한 것이다.
정확한 배경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리튬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 주 목적이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미국에서 통과된 IRA 때문이다. IRA는 내년부터 전기차에 탑재되는 배터리에 일정 비율 북미 혹은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제조되거나 북미에서 재활용된 광물을 사용해야 한다는 요건을 적용한다. 연내 세부 지침을 마련할 계획이다. 지침 발행일부터 2023년 12월 31일까지 40%, 이후 매년 10%씩 올려 오는 2027년부터는 80%까지 비율을 높인다. 미중 무역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원재료 시장을 꽉 잡고 있는 중국 영향력을 최소화하려는 전략이다.
간펑리튬이 최근 배터리 기업으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것도 또다른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간펑리튬은 213억 위안(약 4조원)을 투자해 중국 내 전기차용 리튬이온배터리 공장 3곳과 소형 리튬이온 폴리머 배터리 공장 1곳 등 총 4개 공장을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2011년 자회사 '장시 간펑 리에너지 테크놀로지(Jiangxi Ganfeng LiEnergy Technology)'를 통해 배터리 시장에 진출한 뒤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부터 전고체배터리, 배터리관리시스템(BMS) 등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본보 2022년 9월 5일 참고 '세계 3위 리튬기업' 中간펑리튬, 배터리 기업 변신에 뭉칫돈 투자>
간펑리튬은 지난 2000년 설립된 세계 1위 리튬 생산 업체다. 2년 전 까지만 해도 미국 앨버말과 칠레 SQM이 글로벌 리튬 시장 1,2위를 차지하며 절대 강자로 군림했다. 하지만 간펑리튬이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해 리튬 채굴 업체와 광산을 잇따라 인수하며 생산량을 급속도로 늘려 1위에 올라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