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 내년 상반기 루마니아 'K9 자주포' 생산 공장 구축 공식화

2024.12.16 14:02:39

배진규 루마니아법인장 유럽 방산 전문지 'ESD'와 인터뷰
K9 자주포 생산은 물론 테스트, 연구, MRO 시설도 구축
IFV 레드백 생산 가능성도…"유럽서 IFV 계약 체결시 현지 생산"

[더구루=정예린 기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내년 상반기 루마니아에 유럽 내 첫 현지 생산 공장 건설을 위한 첫 삽을 뜬다. K9 자주포는 물론 보병전투장갑차(IFV) 레드백 생산 가능성도 열어두고 신규 수주 확보를 적극 추진한다. 

 

16일 유럽 방산 전문지 'ESD(European Security & Defense)'에 따르면 배진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루마니아법인 법인장은 최근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K9 현지 생산 시설은 2025년 상반기에 건설을 시작할 계획"이라며 "이 시설은 생산 외에도 장비 테스트, 연구, 교육, 정비·유지·보수(MRO)를 수행할 수 있는 최첨단 시설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루마니아에 법인을 설립한 것은 루마니아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루마니아의 안보와 경제에 기여하려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요 공약"이라며 "루마니아 또는 유럽의 다른 지역에서 IFV 계약이 체결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루마니아법인이 IFV 레드백을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8월 개최한 이사회에서 루마니아법인 시설 안건을 의결하고 법인을 설립했다. 유럽법인 담당임원을 역임한 배진규 법인장이 신설 법인의 첫 수장으로 낙점됐다. 기존에는 유럽법인에서 유럽 내 사업을 모두 총괄해왔으나 루마니아 사업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법인을 분리하기로 결정했다. 

 

법인과 공장 설립을 토대로 현지화에 속도를 낸다. 특히 루마니아 방산 기업들과의 파트너십을 구축해 완전한 의미의 '현지 생산'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배 법인장은 "최대한 현지화를 강화해 한화의 글로벌 공급망에 루마니아 중소기업을 포함시켜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산업구조를 구축할 계획"이라며 "현지 방위 기업과의 적극적인 협력과 파트너십은 관련 기술 이전이 수행돼 루마니아 방위 산업의 개발과 현대화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IFV 수출에 대한 의지도 적극 피력하고 있다. 혹독한 테스트를 견디고 호주군의 최종 선택을 받은 레드백 장갑차 수주 경험을 토대로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기술력과 공급 역량을 인정받은 점을 내세우고 있다. 또 기존 K9 자주포와 K10 탄약운반차 계약을 통해 루마니아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간 파트너십이 구축돼 있다는 점도 주요 경쟁력으로 제시했다.

 

배 법인장은 "레드백은 루마니아군에 필요한 기술과 성능을 갖춘 가장 현대화된 보병 전투 장갑차"라며 "레드백은 이미 호주 '랜드(Land) 400' 3단계 프로젝트 경쟁에서 타사에 비해 우수한 성능을 입증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루마니아 방산 시장은 레드백을 선택함으로써 최신 IFV 현지 생산과 기술 이전을 통해 활력을 되찾게 될 것"이라며 "K9과 레드백의 섀시와 파워트레인 시스템이 높은 수준을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은 업계에 이익을 가져다주는 핵심 요소일 것"이라고 전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해 초 루마니아의 자주포 패키지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지난 7월 루마니아 국방부와 부쿠레슈티 K9 자주포 54문과 K10 탄약운반차 36대 등을 2027년부터 순차 납품하는 1조3828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루마니아 국영 방산업체 로마름(Romarm)과 탄약 생산을 비롯해 지상무기 전반에 협력하고, 국립항공우주연구소(INCAS)와 정밀유도미사일 연구·개발(R&D)을 수행하고 있다. 루마니아 차기 IFV 사업에도 뛰어들어 독일, 영국 등 글로벌 방산기업들과 경쟁 중이다.

 

루마니아 공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두 번째 해외 생산 거점이 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8월 호주 질롱에 'H-ACE(Hanwha Armoured vehicle Centre of Excellence)'를 완공했다. H-ACE는 한국 방산업체 최초의 해외 생산기지 설립 사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 곳에서 AS9 자주포와 AS10 탄약운반차를 양산한다. 레드백 궤도형 장갑차도 추후 생산할 예정이다. 

 

유럽 내 또 다른 주요 고객인 폴란드에서는 현지 생산을 하되 자체 공장을 설립하는 것이 아닌 폴란드 기업과 손을 잡는 방식을 택했다. 올 9월 폴란드 MSPO(국제방위산업전시회)에서 폴란드 최대 민간 방산업체 WB그룹과 '천무 다연장로켓의 유도탄 현지 생산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양사는 현지 합작법인(JV) 설립을 검토한다. 작년 9월에는 PGZ그룹과 폴란드형 천무인 '호마르-K' 제조에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배 법인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생산할 수 있고, 제품을 매우 빠르게 제공할 수 있으며, 개발 중인 보안 상황에 따라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다"며 "이 3가지 요인을 통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시장에서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루마니아는 자립적인 방위 역량을 강화하고자 하며 이를 위해 적시에 방위 장비를 생산, 공급 및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이런 측면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현지 공장은 루마니아의 독립적인 방위와 억제력을 더욱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언급했다.

정예린 기자 yljung@thegur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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