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진유진 기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CIS(독립국가연합) 지역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 중 카자흐스탄은 풍부한 자원과 상대적으로 안정된 정치 환경,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물류 허브로서의 지리적 강점을 바탕으로 투자 유치 선도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5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카자흐스탄은 러시아와의 지리적 인접성과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회원국이라는 장점을 활용해 러시아 대체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은 투자 인센티브 확대와 제도 정비를 통해 해외 기업 유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카자흐스탄 국가경제부는 지난 3월 러시아에서 카자흐스탄으로 이전을 완료한 기업이 41곳에 달하며, 총 15억 달러 규모의 투자가 이루어졌다고 발표했다.
카자흐스탄의 외국인 직접 투자(FDI)는 지난 2022년 281억 달러로 최근 10년 중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이후 지난해에는 다소 감소했으나 여전히 활발한 투자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주요 투자 지역은 서부 유전지대 아티라우와 경제 중심지 알마티, 수도 아스타나 등이다.
카자흐스탄은 네덜란드와 러시아, 미국, 중국, 스위스 등 주요 투자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네덜란드가 60억 달러로 최대 투자국으로 자리 잡았으며, 한국은 누적 투자액 181억 달러로 9위를 차지했다.
한국의 투자는 주로 금융·보험업과 제조업, 건설업 분야에 집중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현지 조립 생산 공장을 건설했으며, KT&G도 신공장을 설립해 활발히 진출 중이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지난 2022년 '2022-2026 투자 정책 개념'을 발표하며 석유·가스 산업 의존도를 줄이고 제조업과 농업, 관광업 등 비자원 분야뿐만 아니라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제조업과 관광업, 재생에너지 분야에 최대 10년간 법인세, 재산세, 토지세를 면제하는 등 투자 인센티브를 강화했으며, 친환경 기술과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추가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달 아스타나에서 개최된 '2024 카자흐스탄 글로벌 투자 라운드 테이블'에서는 40여 개국 500여 명이 참석해 글로벌 투자 동향과 전략을 논의했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투자 프로젝트 승인 절차 간소화와 경제특구 운영, 투자자 대상 세금 혜택, 투자자 권익 보호 등을 통해 투자환경 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다.
카자흐스탄 정부의 투자 유치 정책은 CIS 지역 공급망 재편 속에서 국가 경제를 다각화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도 현지 시장 진출과 협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특히 양국 정상이 지난 6월 스마트팜과 고부가가치 제조업, 에너지, 인프라, 온실가스 감축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만큼 정부 간 중점 협력 분야를 활용해 현지 사업 기회를 도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