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김은비 기자] 대한항공이 일본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 라피더스의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할 전망이다. 대한항공이 내년부터 일본 홋카이도 신치토세 공항에서 자체 지상조업 서비스를 본격 시작하면서다. 일본 반도체 부활의 '희망'으로 불리는 라피더스가 대한항공의 도움으로 반도체 장비 수출에 날개를 달 것으로 기대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내년 1월부터 홋카이도 신치토세 공항에서 자체적인 지상조업 서비스를 시작한다. 항공기 유도 및 화물 반·출입 등 활주로상에서의 ‘램프 조업’에 참여한다. 대한항공은 지난 10월 일본 도쿄에 지상조업 전문 자회사인 '코리안에어항공서비스주식회사(Korean Air Airport Service株式 社)'를 설립한 바 있다. <본보 2024년 10월 29일 기사 참고 [단독] 대한항공 日 지상 조업 자회사 설립...국내 항공 업계 최초 '직접 진출'>
현지에서는 이번 대한항공의 지상 조업 직접 진출이 라피더스 반도체 장비 수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라피더스는 대한항공이 지상 조업을 실시하는 신치토세 공항 인근에 오는 2027년 양산을 목표로 2나노미터 칩(㎚) 공장을 건설중이다. 작년 9월 기공식을 열고 현재는 내년 4월 시제품 생산라인 가동을 목표로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시스템을 설치 중이다. 일본에서 EUV 장비 도입은 라피더스가 처음이다.
EUV 장비는 조립하면 높이 3m, 길이 10m 이상, 무게 70t(톤)에 달하는 대형 장비다. 1대의 장비를 4회에 나누어 운송할 만큼 무게도 무겁고 정밀한 취급이 필수적이어서 안정적인 항공 운송 인프라가 중요한 상황이다.
이에 대한항공이 △항공 화물 부문에서 안정적인 실적을 보이고 있는 점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해 인프라 확대가 기대되는 점 △반도체 장비 운송 분야에서 높은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대한항공 지상 조업 진출은 라피더스로 하여금 협력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커지게 하고 있다.
특히 생성형 인공지능(AI)와 자율주행 기술의 확산으로 고성능·고효율 반도체에 대한 수요 증가로 차세대 파운드리 공정 2나노미터 수요가 해마다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라피더스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데이터센터와 AI 가속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 전력 효율성과 연산 성능에서 2㎚ 공정의 중요성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2나노 공정은 전체 파운드리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내년 2.8%에서 △2026년 10.3% △2027년 12.7%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이에 기존 TSMC와 삼성전자가 주도하던 2㎚ 공정 경쟁에 현지 정부와 대기업의 지원을 등에 업은 라피더스가 가세하면서 '글로벌 파운드리 3파전'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지난 2022년 8월에 설립된 라피더스는 일본 첨단 로직 IC 파운드리 벤처기업이다. △토요타 △소니 △NTT △NEC △소프트뱅크 △덴소 △키오시아(옛 토시바 메모리) △미츠비시UFJ 등 8개 일본 기업이 공동으로 설립했다. 이들 기업은 라피더스에 총 73억 엔(약 661억 원)을 투자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은 라피더스의 든든한 지원군(強力な援軍)”이라며 "반도체 장비 운송 수요는 공항 수익 구조를 다각화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라고 말했다. 이어 “라피더스의 성공적인 생산과 물류를 위해 대한항공과의 협력 강화가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