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원자재 동맹 맺은 필리핀, 핵심광물 수출 금지 추진

2025.02.07 12:43:00

인도네시아 사례 벤치마킹…광산 폐쇄·공급망 붕괴 우려도
필리핀 변수에 韓 자원안보 시험대…니켈 확보 어려워지나

 

[더구루=진유진 기자] 필리핀이 핵심광물 원광 수출을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이번 수출 금지 추진은 단순한 국내 정책 변화가 아닌, 글로벌 원자재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있다. 자원 국산화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맞물리는 이번 사안이 향후 한국의 자원 안보 전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프란시스 에스쿠데로 필리핀 상원 의장은 6일(현지시간) "필리핀 의회가 이르면 오는 6월 원광 수출 금지 법안을 비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상원과 하원 의원들이 모두 참여하는 양원 위원회에서 해당 법안을 다룰 예정이며, 6월 회기 재개 시 비준할 수 있도록 휴회 기간 중 처리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해당 법안은 다운스트림 광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원광석 수출을 전면 금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필리핀 내 광산업체들이 원광 가공 공장을 건설하는 준비 기간을 고려해 법안이 통과되면 5년 후부터 본격적인 수출 제한이 적용된다.

 

이날 에스쿠데로 의장은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필리핀 광산 정책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지난 2016년과 2014년 시도됐던 수출 금지 법안이 지지 부족으로 실패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국회에서 강한 추진력을 얻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치는 세계 1위 니켈 광석 공급국 인도네시아의 성공 사례를 따르려는 의도다. 인도네시아는 지난 2020년 금속광석 수출을 전면 금지한 후, 현지에서의 정제·제련 산업을 집중 육성했다. 이에 니켈 수출액이 단 2년 만에 30억 달러에서 300억 달러로 급증했다.

 

필리핀은 세계 2위 니켈 광석 공급국으로, 상당량이 최대 수입국인 중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필리핀 정부는 이러한 수출 구조에서 벗어나 자국 내 정제·제련 시설을 확대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에스쿠데로 의장은 "필리핀은 자원 측면에서 가난한 척하는 부자 나라"라며 "정부가 파악한 900만 헥타르(㏊)의 광물 매장 지역 중 3% 미만만 개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가공 시설을 확충할 경우, 필리핀도 자원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광산업계에서는 광산 폐쇄 가능성과 공급망 붕괴, 지역 경제 타격 등을 우려하고 있다. 필리핀 광산회의소와 필리핀 니켈산업협회는 "수출 금지는 필리핀 내 다수의 광산 폐쇄로 이어질 수 있으며, 정부 세수 감소와 광산 지역 경제 악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해외 파트너사와의 장기 공급 계약이 이미 체결된 상태에서 이를 무효화할 경우, 기존 글로벌 공급망에 심각한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치는 한국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국은 전 세계 8위 에너지 소비국이지만 90% 이상의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하는 자원 빈국으로, 핵심 광물 공급망 확보는 국가적 과제로 떠올랐다.

 

이에 한국 정부는 지난해 10월 필리핀 통상산업부·환경천연자원부와 '핵심 원자재 공급망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니켈, 코발트 등 핵심 광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협력이었다.

 

하지만 필리핀의 이번 수출 금지 추진이 현실화될 경우, 한국의 원자재 공급망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특히 니켈은 배터리 제조에 필수적인 광물로, 전기차 산업을 비롯한 첨단 제조업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한국이 해당 MOU를 통해 필리핀과 구축한 원자재 협력 체계가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한편, 한국은 이날부터 '국가자원안보특별법(자원안보법)'을 시행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석유·천연가스는 물론 니켈, 리튬, 텅스텐 등 핵심광물 공급망을 구축해야 한다. 미·중 간 관세 전쟁이 국제적인 자원 수급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며 자원 가격도 오르고 있는 만큼 한국도 발 빠른 대책이 필요하다.

진유진 기자 newjins@thegur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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