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AI로 반도체 산업 꽃 핀다"…'세미콘코리아 2025' 개막

2025.02.19 16:38:51

삼성전자, “AI 시대 주요 기술 토대는 반도체"…협업 중요성
동진쎄미켐, "극자외선(EUV)용 제품서 일본 업체 넘어설 것"
취업 준비생, "글로벌 반도체 제조 기업에 상담 받으려 방문"

[더구루=김은비 기자] “내년 인공지능(AI)이 본격 개화하면서 반도체 시장에 업 턴(상승 국면)이 올 것으로 보고 있어요.”

 

1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한 국내 최대 반도체 산업 전시회 ‘세미콘 코리아 2025’에서 만난 한 반도체 장비 기업 관계자는 향후 반도체 시장 전망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반도체 경기는 사이클이 워낙 뚜렷한데, 최근 몇 년간 침체기를 지나면서 내년에는 본격적인 시장 흐름이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한자리에 모여 첨단 기술을 대거 선보이는 국내 최대 반도체 산업 박람회 '세미콘 코리아 2025’는 오는 21일까지 사흘간 진행된다. 

 

올해 행사에는 약 500개 업체가 2300여 개의 부스를 차렸다. ASML,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MAT), 램리서치, 도쿄일렉트론(TEL), KLA 등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들이 첨단 반도체 기술을 소개한다. 7만여 명의 관람객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역대 최대 규모다.

 

오전 9시. 전시장 입구에는 입장을 기다리는 관람객들의 긴 줄이 이어졌다. 등록 데스크 앞은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처음 행사장을 찾았다는 대학생 이 모(23) 씨는 “이렇게 사람이 많을 줄 몰랐다”며 “반도체 공정과 장비 분야에 관심이 있어 최신 기술 동향을 공부하고 진로를 모색하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반도체 혁신의 핵심은 '협업'

 

이번 전시회의 화두는 단연 AI다. ‘엣지를 선도하다(Lead The Edge)’라는 주제로 열린 세미콘 코리아 2025는 AI, 고성능 컴퓨팅(HPC) 등 첨단 기술 변화 속에서 반도체 산업의 혁신 방향을 제시했다.

 

‘더 나은 삶을 위한 반도체 혁신’이라는 주제로 개막 첫날 기조연설에 나선 송재혁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사장은 설비·소재 업체부터 커스터머(고객)까지 반도체 생태계 전체를 아우르는 협력을 강조했다. 송 사장은 “자율주행 자동차와 양자컴퓨팅, 휴머노이드 로봇, 바이오 등 포스트 인공지능(AI) 시대 주요 기술을 지탱하려면 반도체가 필수"라며 "전체 인류의 더 나은 삶은 반도체 업계의 협업을 통해 이뤄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송 사장은 또 “AI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반도체 기술적 한계도 커지고 있다”며 “설비, 소재 기업은 물론 고객사와도 긴밀히 협력해 ‘코이노베이션(Co-Innovation)’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송 사장이 강조한 협업의 중요성은 소부장 분야에서의 기술 자립과도 맞닿아 있다. 반도체 산업의 핵심은 '밸류체인'이다. 소부장 산업이 뒷받침해 줘야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며 생태계가 커질 수 있다. 특히 일본 의존도가 높은 반도체 소재 분야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결국 핵심 소재와 부품의 국산화가 필수적이다.

 

◇동진쎄미켐, "신너와 포토레지스트 주력…일본 의존 넘어설 것"

 

이같이 취약한 환경에서도 국산화에 성과를 낸 기업이 있다. 국내 유일 포토레지스트(감광액) 제조사 동진쎄미캠이다.

 

동진쎄미캠도 부스를 꾸리고 관람객들을 맞았다. 동진쎄미캠 관계자는 “현재 신너와 포토레지스트가 주력 제품으로, 차세대 공정 확대에 따라 극자외선(EUV)용 제품에서도 일본 업체를 넘어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포토레지스트 신너는 실리콘 웨이퍼 가장자리의 불필요한 포토레지스트를 제거하는 화학 용제로, 생산공정 중 노광 단계에서 필수적이다. 포토레지스트가 얇고 균일하게 발리도록 해 웨이퍼에 정밀한 패턴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한다. 일본산이 100%를 차지했던 국내 포토레지스트 신너 시장에서 동진쎄미켐이 유일하게 진입, 점유율 1위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미국 정부의 지원을 토대로 생산 능력 확대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동진쎄미캠은 최근 미국 텍사스주 반도체 혁신펀드(TSIF)로부터 240만 달러(약 34억 원) 보조금을 받았다. 현지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1억1000만 달러(약 1500억 원)를 추가 투자해 포토레지스트 신너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다. 이를 통해 인근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장에 안정적으로 원재료를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본보 2025년 2월 14일자 기사 참고 '삼성 부품 공급' 동진쎄미켐, 美 텍사스 반도체 혁신 펀드 보조금 확보>

 

 

◇인재 확보 전쟁…채용 상담도 '북적'


소부장 국산화와 반도체 밸류체인 확대를 위한 핵심은 결국 '인재'다. 우수한 인재 확보가 기술 자립과 산업 경쟁력 강화에 충분조건이기 때문이다. 

 

반도체 제조 장비 업체 도쿄일렉트론(TEL)도 반도체 혁신 인재를 맞이하기 위한 채용설명회 부스를 꾸렸다. 세미콘 코리아는 반도체 인재 양성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장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채용 상담 부스 앞에는 상담을 받기 위한 대학생 및 취업준비생들이 길게 줄을 이루며 뜨거운 채용 열기를 느끼게 했다.

 

TEL에서 채용상담을 받기 위해 기다리던 취업 준비생 오 모(23세) 씨는 “반도체 공정 분야 랩실에서 연구를 하고 있는데 트렌드를 분석하기 위해 방문했다”며 “(전공이) 반도체 공정 분야라 아무래도 선배들이 장비사 쪽으로 취업을 많이 하는데, TEL은 세계적 반도체 제조 장비 기업이라서 꼭 상담을 받아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대학생 박 모(25세) 씨도 “에칭(식각) 장비 신제품이 나왔다고 해서 직접 보고 싶었다”며 “장비 관련 기술 강연도 들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TEL 관계자는 “반도체 기술 혁신에 동참할 인재를 찾기 위해 이번 전시회에서 적극적으로 채용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산업의 치열한 경쟁과 혁신, 그리고 인재 확보전이 함께 하는 세미콘코리아 2025 현장은 첨단 기술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한편 반도체 산업의 현재와 내일이 함께 했다.

김은비 기자 ann_eunbi@thegur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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