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정등용 기자] 삼성물산이 수주한 케냐 나이로비 지능형 교통 시스템(ITS)·통합관제센터 설치를 놓고 소송전이 벌어졌다. 계약 과정이 투명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과도하게 비싼 비용을 지불했다는 주장이다.
케냐법률협회(LSK)는 24일(현지시간) 나이로비 고등법원에 나이로비 지능형 교통 시스템과 통합관제센터 설치를 중단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피고인에는 케냐 정부 측 관계자들이 포함됐는데 △데이비스 치르시르 교통부 장관 △모세 웨탕굴라 국회의장 △무살리아 부다바디 내각 장관 △더글라스 칸자 경찰청장 등이 적시됐다.
케냐법률협회는 "이번 계약이 경쟁 입찰이나 시민 참여 없이 불투명하게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케냐의 ‘공공재정관리법’과 ‘공공조달 및 자산처분법’ 위반 행위로 납세자에게 재정적부담을 지울 수 있다는 논리다.
이번 소송을 맡은 케냐법률협회 측 프랭크 오리쿠 변호사는 “특히 25대에 불과한 교통 카메라 가격이 지나치게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며 “납세자의 돈은 신중하게 투명하게 사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케냐법률협회는 "케냐 정부에 이번 계약과 관련한 언론 광고, 각서, 공청회 회의록 출석부 등을 요청했지만 아무것도 제공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케냐법률협회는 나이로비 고등법원에 "타당성 조사와 비용 내역, 공공 참여 보고서 등 정부 절차에 대한 모든 세부 정보를 제공 받을 수 있도록 강제 명령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계약은 나이로비에 스마트 교통 시스템을 구축하는 사업으로, 지난해 11월 삼성물산이 지능형 교통 시스템·통합관제센터 1단계 공사를 따낸 바 있다. 총 사업비 규모는 6100만 달러(약 870억원)에 이르며 완공 시점은 오는 2027년 2월로 예상된다.
나이로비는 세계에서 교통체증이 가장 심한 도시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케냐 정부는 교통체증으로 지난 2019년 기준 연간 10억 달러(약 1조3900억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