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현준 기자] 기아가 멕시코 생산기지의 대미(對美) 수출 의존도를 빠르게 낮추며 글로벌 시장 다변화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정부의 관세 압박 등 통상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유럽, 남미, 호주 등으로 판로를 넓히며 '리스크 관리'와 '외연 확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모습이다. 특히 K4 해치백을 앞세운 유럽으로의 공략이 전략 전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24일 멕시코 통계청(INEGI) 및 현지 매체에 따르면 멕시코 누에보레온주에 위치한 기아 페스케리아 공장의 지난해 미국향 수출 비중은 전체의 65%를 기록했다. 지난 2024년 81%에서 1년 만에 16%포인트(p) 감소한 것이다. 수출량 역시 16만7111대에서 14만2337대로 14.8% 줄었다. 반면 스페인과 영국, 체코 등 유럽이 새로운 수출 시장으로 떠올랐고, 호주는 지난해 9634대를 수입하며 신규 핵심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전환 전략의 중심에는 K4 해치백의 유럽 투입이 자리잡고 있다. 기아는 지난해 10월 멕시코에서 100% 현지 생산한 K4 해치백을 독일·아일랜드·스위스 등 유럽 주요 시장에 순차적으로 공급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소형차·해치백 수요가 높은 유럽의 수요 구조를 겨냥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또 다른 축인 K3는 중남미 시장 확장을 이끌었다. 리오 후속 모델로 투입된 K3는 콜롬비아에서 판매량이 2000대 미만에서 8750대로 4배 이상 증가하며 기아의 지역 점유율 확대를 견인했다. 호라시오 차베스(Horacio Chávez) 기아 멕시코 법인장은 "K3는 중남미, K4는 유럽·북미 등 서로 다른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모델"이라며 "두 차종의 조합이 글로벌 점유율 강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아의 시장 다변화 전략은 실적 수치로 그 효용성을 입증했다. 2025년 멕시코 전체 자동차 생산량이 0.9% 감소하고 전체 수출이 2.6% 하락하는 등 현지 산업이 침체기를 겪었음에도, 기아는 오히려 '나홀로 질주'를 이어갔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기아 멕시코 공장의 생산량은 전년 대비 6.4% 증가한 28만8110대를 기록했으며, 수출 역시 5.4% 증가한 21만7440대를 달성했다. 이는 기아가 미국 시장의 불확실성을 다른 69개국으로 성공적으로 분산시켰음을 의미한다.
업계에서는 기아의 이번 행보를 '트럼프 리스크'에 대비한 고도의 생존 전략으로 평가한다.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의 안정적인 틀은 활용하되, 정책 변동성이 큰 미국에만 몰두하지 않고 판매처를 글로벌 단위로 쪼개 타격을 최소화하겠다는 판단이다.
페스케리아 공장은 이제 단순한 대미 수출 기지를 넘어 기아 글로벌 전략의 '소형차 전초기지'로 격상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차베스 법인장은 "정책 환경이 바뀌더라도 3국 통합이 산업 경쟁력을 높인다는 공통 인식은 변함없다"며 "페스케리아 공장은 기아의 글로벌 수출 확대를 뒷받침하는 핵심 허브 역할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