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김은비 기자] "트럼프 정부 등 다양한 변수가 있지만 결국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배터리입니다."
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한 국내 최대 배터리 산업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5'에서 만난 한 참관객 박 모(47세)씨는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이 언급되지만 결국 모든 산업이 배터리를 중심으로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전 10시. 전시회 입구는 '전기차 캐즘' 우려를 불식시키듯 이른 아침부터 인파로 북적였다. 참관객들은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신기술을 보기 위해 줄을 서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 LG엔솔, '46시리즈'로 원통형 배터리 혁신 주도
전시장 안쪽으로 들어서자 배터리 3총사 중 맏형격인 LG에너지솔루션이 맞이했다. 가장 눈길을 끈건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가 탑재된 앱테라 모터스의 태양광 3륜 차량이었다. 우주선처럼 독특한 디자인을 자랑하는 이 차량은 관람객들의 시선을 한 눈에 사로잡았고, 시승을 희망하는 관람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앱테라 모터스의 태양광 3륜 차량은 지속가능한 미래 모빌리티의 상징적인 모델로 꼽히는 제품이다. 국내에서 실제 차량을 전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차량은 태양광을 활용해 단 한 번 충전으로 최대 643km를 주행할 수 있다. 친환경 신재생 에너지원을 사용하기 때문에 운영 비용 절감 효과도 크다는 게 LG에너지솔루션의 설명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 '46시리즈'를 주력 제품으로 내세우며 배터리 시장에 공략을 가속화한다는 전략이다. 올해 '인터배터리 어워즈' 수상작으로 뽑히기도 한 이 배터리는 기존 2170 배터리보다 최소 5배 이상의 에너지 밀도를 제공, 충전 속도 및 안전성을 크게 향상했다. '환기 방향 제어(Directional Venting)’ 기술을 적용해 배터리 안전성도 한층 강화했다. 특히 'CAS(Cell Array Structure)' 기술은 배터리 팩의 냉각 효율과 구조 강성을 제고, 다양한 형태의 배터리 팩 설계를 가능하게 하는 혁신적인 솔루션으로 주목받았다.

◇ 삼성SDI, 전고체 배터리로 차세대 기술력 과시…SK온, 파우치·각형·원통형 배터리 모두 선봬
삼성SDI도 업계 최고 수준 에너지밀도를 구현한 전고체 배터리(ASB)와 '열 전파 차단(No Thermal Propagation, No TP)'으로 기술력을 자랑했다. 차량 하부 구조 목업에 각형 배터리를 탑재해 전시, 배터리의 실제 적용 모습을 직관적으로 보여줬다. 이를 통해 관람객들은 배터리의 크기, 배치 방식, 적용 가능성 등을 보다 현실감 있게 체감할 수 있었다. 이밖에 자율주행셔틀 '로이'와 현대차∙기아의 서비스 로봇 '달이(DAL-e)'를 통해서도 다양한 활용 가능성을 보여줬다.

SK온은 파우치형, 각형, 원통형 배터리를 모두 전시하며 배터리 시장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강조했다. 특히 고전압 미드니켈 배터리를 처음 선보였다. 미드니켈 배터리는 원재료 중 가격이 비싼 니켈 함량을 50~70% 정도로 줄여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에너지밀도는 높인 제품이다. SK엔무브와 공동 개발한 EV 배터리용 액침냉각 기술과 독자적 차세대 무선 BMS(Battery Management System)도 최초로 공개, 참관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 포스코퓨처엠, 다변화된 공급망 밸류체인 통해 캐즘 극복
포스코퓨처엠도 캐즘을 이겨내기 위한 차세대 기술과 제품을 대거 선보였다. 리튬메탈 음극, 전고체 전해질, 전고체 양극재 등 전고체 배터리 소재와 함께 건식 전극용 양극재를 전면에 내세웠다. 또한 니켈, 흑연, 리사이클링 등 원료 공급망의 다변화 전략을 공개, 자원 순환형 배터리 시스템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니켈 함량 95% 이상의 '울트라 하이니켈(Ultra Hi-Ni) 단결정 양극재'를 개발, 오는 2026년까지 양산한다는 목표다.
포스코퓨쳐엠은 지속되는 중국의 가격 경쟁력 및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도 불구, K-배터리 기세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홍영준 포스코퓨처엠 기술연구소장(부사장)은 기자들과의 질의에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과의 가격 격차가 약 40% 존재한다"며 "가격 경쟁력에서는 어려움이 다소 존재하나 자사의 효율적인 소재 포트폴리오와 기술력을 통해 이겨낼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산업의 위기와 생태계 변화 속에서도 'K-배터리'는 여전히 세계 전기차 시장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인터배터리 2025'는 그 가능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자리였다. 참관객들의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진 가운데 한국 배터리 산업은 이번 전시회를 통해 글로벌 입지를 한층 더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참관객 김 모(68세)씨는 "한국 배터리는 세계적으로 성능과 품질이 우수하다"며 "한국 배터리 제품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기업들이 연구개발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어 향후 시장 전망이 밝다"고 평가했다.
올해로 13회째를 맞은 '인터배터리 2025'는 역대 최대 규모로 문을 열었다. 사흘간 진행되는 이번 행사에는 전 세계 13개국에서 688개 기업이 참가해 2330개 부스를 운영한다. 부스 운영 수는 지난해(1896개) 대비 22.8% 증가했다. 올해는 약 8만 명의 참관객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전 등록 인원은 전년 대비 약 17% 증가한 약 5만 명을 기록하며 인기를 실감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