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정예린 기자] 국내 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이 스웨덴의 메모리 압축 기술 전문기업과 협력해 차세대 AI 가속기 솔루션 개발에 나선다. 전력 효율과 연산 속도를 개선한 새로운 칩 아키텍처를 통해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을 정조준한다.
제로포인트 테크놀로지(ZeroPoint Technologies, 이하 제로포인트)는 8일(현지시간) 생성형 AI 시대에 맞춘 고성능·고효율 AI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내년 양사 기술력을 결합한 차세대 AI 가속기를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리벨리온의 AI 가속기에 제로포인트의 메모리 최적화 지식재산권(IP)을 접목한다. 모델 크기를 줄이면서도 정확도를 유지하는 무손실 압축 기술 등을 통해 토큰 처리 속도당 전력 효율(tokens-per-second-per-watt)을 대폭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양사는 기초 모델 인퍼런스 작업에서의 △실효 메모리 대역폭 확대 △메모리 용량 확장 △전력 효율 개선 등을 목표로 한다. 이를 통해 AI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보다 지속 가능한 인프라 구축에 기여한다는 목표다.
리벨리온은 AI 반도체 설계·개발을 주도하고 제로포인트의 메모리 최적화 IP를 자사 AI 가속기 아키텍처에 통합하는 작업을 담당한다. 제로포인트는 메모리 최적화 설계 IP를 제공, 리벨리온 AI 가속기의 메모리 활용 효율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리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맡는다.
제로포인트의 기술이 통합되면 리벨리온의 가속기는 동일한 전력과 메모리 자원으로 더 많은 연산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생성형 AI 워크로드 처리 성능과 에너지 효율을 동시에 개선, 데이터센터 운영비 절감 및 지속가능한 AI 인프라 구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리벨리온은 2020년 설립된 AI 반도체 전문 팹리스(반도체 설계) 회사다. 지난해 12월 SK텔레콤 계열사인 사피온과의 합병을 마치며 기업가치 약 1조3000억원을 인정받아 국내 AI 반도체 업계 최초 유니콘에 등극했다. 합병 후 사피온이 보유한 리벨리온 지분은 약 26%, 박성현 대표와 오진욱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경영진 지분은 약 19% 수준으로 알려진다. 합병 전 2대 주주였던 KT는 10% 미만 지분을 보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리벨리온은 현재 4나노미터(nm) 공정 기반의 차세대 신경망처리장치(NPU) '리벨'을 개발 중이며, 올해 하반기 고객사 샘플 공급을 시작으로 내년 양산한다는 목표다. 5나노 공정 기반 '아톰'을 고도화한 고성능 AI 추론용 서버 카드 ‘아톰 맥스’도 상반기 내 출시 예정이다.
제로포인트와의 협력은 '리벨', '아톰 맥스' 후속작에 메모리 최적화 IP를 적용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기술 개발과 함께 △해외 법인 확장 △연매출 1000억 원 달성 △2026년 기업공개(IPO) 등 중장기 성장 목표도 추진 중이다. 리벨리온은 현재 삼성전자 파운드리와 협력해 칩을 생산 중이며, 향후 TSMC와의 협업 가능성도 열어두는 등 공급망 다변화도 검토하고 있다.
스웨덴 예테보리에 본사를 둔 제로포인트는 2015년 설립된 메모리 압축 전문 기업이다. 하드웨어 가속 기반의 실시간 메모리 압축 기술을 개발해 캐시부터 메인 메모리, 스토리지까지 메모리 계층 전반에 적용 가능한 IP를 보유하고 있다. 해당 기술은 TSMC 5나노 공정에서 상용 검증을 완료했으며, 특정 아키텍처나 워크로드에 제한받지 않는 범용 솔루션으로 평가받는다.
박성현 대표는 "리벨리온은 율성에 대한 확고한 집중을 바탕으로 최첨단 AI 가속의 경계를 넓혀가고 있다"며 "제로포인트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와트당 추론 성능의 한계를 재정의하고 생성형 AI 시대를 위한 더욱 스마트하고, 간결하며, 지속가능한 AI 인프라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클라스 모로 제로포인트 최고경영자(CEO)는 "리벨리온과의 파트너십은 제로포인트의 하드웨어 가속 메모리 최적화 기술이 지닌 혁신적인 영향력을 강력하게 입증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메모리 가속이 경쟁 우위에서 모든 고급 추론 가속기 솔루션의 필수 구성 요소로 빠르게 진화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