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정예린 기자] SK온이 미국 배터리 기술 기업과 손잡고 건식전극공정 상용화에 속도를 낸다. 건식전극공정 도입을 둘러싼 글로벌 배터리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SK온이 선제적으로 차세대 제조 기술을 확보, 시장 우위를 점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리캡 테크놀로지(LiCAP Technolobies, 이하 리캡)는 9일(현지시간) SK온과 첨단 건식전극공정 개발을 위한 전략적 협력 의향서(LOI)를 체결했다. 양사는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셀에 적합한 고성능 전극을 공동으로 평가·개발한다.
특히 리캡의 독자 건식전극공정 기술 'ADE(Activated Dry Electrode)'를 활용한다. 리캡은 ADE 기술을 적용한 전극을 SK온에 공급하고, SK온은 자사 차세대 배터리셀 적용 가능성을 평가해 대규모 양산 공정으로의 전환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ADE는 용매를 사용하지 않고 분말 형태의 활성물질을 압축해 전극을 형성하는 방식으로, 기존 습식 공정 대비 제조 공정을 단순화하고 생산 비용과 에너지 소비를 크게 줄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고밀도·고성능 전극 구현이 가능해 실리콘 함량이 높은 음극재 등 차세대 배터리 소재와의 접합성도 뛰어나다. 이 기술은 용매 건조 및 회수 과정이 필요 없어 탄소배출 저감과 친환경 배터리 생산에도 유리한 것으로 평가된다.
리캡은 2016년 설립된 건식전극공정 솔루션 전문 개발 업체다. 건식전극공정 장비 대규모 양산을 위해 지멘스, BW 페이퍼시스템과 협력한 바 있다. 시장 개화 전 대량 양산 체제를 갖춰 북미와 유럽 배터리 시장에 판매하겠다는 전략을 세웠었다. <본보 2022년 12월 12일 참고 지멘스, 건식전극 제조장비 대량생산 앞당긴다>
SK온은 건식공정 채택을 공식화하고 기술 상용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작년 미국 배터리 제조 장비 업체 '사쿠우(Sakuu)'와 공동개발계약(JDA)을 체결하고 사쿠우의 3D 프린팅 기술 기반 건식전극공정용 장비 '캐비안(Kavian)'을 전기차 배터리 전극 공정에 활용키로 했다. 지난달 성료한 ‘인터배터리 2025’에서는 영상을 통해 건식공정에 대해 설명하는 공간을 마련하기도 했다.
건식공정은 테슬라가 지난 2020년 배터리데이에서 처음 선보이며 주목을 받았다. 양극재와 바인더를 건식으로 혼합 후 금속박에 코팅하는 새로운 생산 방식이다. 전극을 두껍게 만들어 에너지 용량을 증대시키고 공정 최소화로 제조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습식 공정은 추후 건조하기 위해 초대형 기계가 필요한 반면 건식 공정은 해당 장비가 필요없어 제조 시설 공간도 효율적으로 이용 가능하다.
테슬라는 올 하반기 건식공정 기반 배터리를 양산한다. 본 에글스턴 테슬라 4680 배터리셀 사업부 책임자는 지난달 영국 정보기술(IT) 전문지 '더 인포메이션'과의 인터뷰에서 "올 하반기 사이버트럭에 건식공정 기반 배터리가 탑재될 것"이라고 밝혔다. <본보 2025년 3월 21일 참고 [단독] 테슬라, 건식공정 양산 배터리 출시 초읽기…엘앤에프 양극재 공급 본격화>
SK온을 비롯한 국내 배터리업체들은 건식공정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4분기 오창 에너지플랜트에 건식 공정 기반의 파일럿 라인을 구축했다. 오는 2028년 상용화할 계획이다.
린다 종 리캡 최고경영자(CEO)는 "배터리 혁신의 글로벌 리더인 SK온과 협력하게 돼 기쁘다"며 "당사의 건식전극 기술은 탁월한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생산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어 차세대 리튬 이온 배터리의 판도를 바꿀 것"이라고 밝혔다.
이장원 SK온 최고기술책임자(CTO)는 "SK온의 고성능 배터리 라인업에 리캡의 건식전극 솔루션을 적용해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이번 파트너십은 전기자동차 및 기타 산업 분야에서 선구적이고 비용 효율적인 배터리 솔루션을 선도한다는 당사의 비전과 일치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