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진유진 기자] 삼성물산과 손잡고 에스토니아에 소형모듈원자로(SMR) 건설을 추진 중인 에스토니아 원전기업 페르미 에네르기아(Fermi Energia)가 "원자력 발전소 가동까지 최소 10년 이상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이 회사 칼레브 칼레메츠 최고경영자(CEO)는 현지 방송에 나와 "2029년까지 발전소 부지를 확정하고 2031년 말 착공에 들어가면 2035년 크리스마스 무렵 첫 원자로가 전기를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 시작해도 10년 이상 걸린다는 뜻이다.
앞서 페르미 에네르기아는 이달 1일 삼성물산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최대 600메가와트(MW)급 SMR 2기 건설을 위한 공동개발에 나섰다. 삼성물산은 개념설계(Pre-FEED) 단계부터 기본설계(FEED)까지 참여하며, 이후 EPC(설계·조달·시공) 본계약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두 기업은 이르면 올 하반기 본격적인 사업 절차에 돌입할 계획이다. 현재 △사업 구조 수립 △비용 산정 △부지 평가 등 초기 검토 작업이 진행 중이다.
페르미 에네르기아는 지난 2019년 설립된 민간 기업으로, 에스토니아 최초의 SMR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수도 탈린에서 동쪽으로 약 100km 떨어진 두 지역을 후보지로 지정했으며, 미국 제너럴일렉트릭과 일본 히타치의 합작사인 GE히타치에서 개발한 SMR 모델 'BWRX-300'을 적용할 예정이다.
한편 칼레메츠 CEO는 "초기 전력 생산 시기에는 대규모 투자 비용 회수로 인해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첫 20년간 메가와트시(MWh)당 전력 가격이 70~90유로 수준이 될 것"이라며 "이후에는 25~27유로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원전 수명은 60년으로 설계된다.
페르미 에네르기아는 전력구매계약(PPA)을 통해 가격 안정성을 확보할 방침이다. 칼레메츠 CEO는 "발트해 연안국들은 1년 내내 고정된 가격으로 공급 가능한 청정 에너지원이 부족하다"면서 "정부 차원의 가격 보장 장치가 필요하며, 국가도 주요 소비자인 만큼 일정 수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