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정예린 기자] 일본 반도체 장비 업체 '도쿄일렉트론'이 삼성전자, TSMC에 이어 요코하마에 새로운 연구개발(R&D) 거점을 설립한다. 한국, 대만, 일본 등 반도체 3강이 한곳에 모이면서 요코하마가 새로운 동아시아 반도체 혁신 허브로 떠오르고 있다.
15일 요코하마시에 따르면 도쿄일렉트론은 미나토미라이21 지구 내 복합빌딩 '요코하마 신포스테이지(Yokohama Symphostage)' 웨스트타워에 R&D센터를 신설하고 이 곳으로 본사를 이전한다. 자회사 △도쿄일렉트로닉테크놀로지솔루션즈 △도쿄일렉트론큐슈도 함께 입주한다.
도쿄일렉트론은 오는 9월 리모델링 공사 등을 시작하고 내년 10월 개소한다는 목표다. 웨스트타워는 작년 5월 오픈한 신축 건물이다. 도쿄일렉트론은 웨스트타워 내 특정 층을 사용할 예정인데, 기존 공간을 R&D 시설로 활용하기 위해 내부 구조를 변경하거나 설비를 추가하는 작업 등을 진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요코하마는 일본 최대 항만 도시라는 지리적 이점과 함께 △도쿄, 가나가와현 등 주요 산업지대와의 접근성 △우수한 인재 확보 조건 등으로 반도체 R&D 중심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요코하마시가 오랜 기간 공을 들여 도시개발을 통해 조성한 '미나토미라이21' 지구는 고급 비즈니스·첨단기술 특화지구로, 글로벌 기업들의 연구개발 거점 유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핵심 지역이다.
삼성전자도 미나토미라이21 지구에 반도체 첨단 패키징 R&D 거점 '어드밴스드 패키지 랩(APL)'을 구축한다. 연내 개소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이 곳에서 인공지능(AI)과 5G용 반도체 분야 후공정 패키징 기술 연구를 실시, 차세대 패키징 역량을 확보한다. 오는 2028년까지 이 곳에 400억 엔을 투자하기로 했다. 전체 투자액의 절반에 달하는 200억 엔을 일본 정부로부타 지원받는다.
삼성전자와 도쿄일렉트론 외 애플, LG 등도 미나토미라이21에 거점을 보유하고 있다. 애플은 지난 2015년 아시아 최대 규모의 R&D 센터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LG는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등 주요 계열사의 일본 내 R&D 기관을 통폐합하고 미나토미라이21 지구에 'LG 재팬 랩'을 설립해 운영 중이다.
TSMC는 미나토미라이21 지구에서 차로 약 20분 떨어진 츠루미구에 일본 설계 자회사 'JAST(Japan Advanced Semiconductor Technology)'를 두고 있다. JAST는 일본 자동차·전자업체들과의 공동 연구 실시해 현지 시장 맞춤형 반도체 설계 역량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도쿄일렉트론은 1963년 설립된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 장비 기업이다. 작년 3분기 매출액 기준 글로벌 반도체 제조장비 시장에서 4위를 차지했다. 특히 반도체 회로를 그리는 노광 공정에 사용되는 극자외선(EUV) 노광용 도포·현상 장비는 세계 시장 점유율 100%를 차지할 만큼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관련 특허 보유 건수는 2만3000건 이상으로 세계 1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