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정예린 기자] ㈜한화가 일본에서 태양광 패널 재활용·재사용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일본 정부가 연내 관련 재자원화 법령을 시행할 예정인 가운데 시장을 선점해 미래 수요에 선제 대응한다.
22일 한화재팬에 따르면 회사는 전날 자사 제조 태양광 패널의 회수부터 처리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순환형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전국 네트워크를 구축, 수거·처리 효율을 높이고 비용 절감을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재사용이 가능한 패널은 △외관 검사 △절연 성능 측정 △I-V 곡선 측정 △EL 검사 등을 거쳐 재상품화한다. 중고 시장에 재판매하거나, 한화재팬이 주도하는 '그린얼라이언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태양광 설비가 없는 공공시설, 교육기관 등에 무상 제공한다. 재사용이 어려운 패널은 고도 재활용 기술을 통해 원재료로 다시 활용된다.
한화재팬은 일본 환경성이 인정하는 '광역인정제도'를 활용한다. 이 제도는 제조업체나 판매업체가 자사 제품의 폐기 시점까지 책임을 지고 전국 단위로 수거·재활용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정부가 승인하는 방식이다. 정부의 승인을 받은 시스템인 만큼, 소비자는 별도로 수거업체나 재활용처를 찾을 필요가 없고, 불법 투기 등의 위험도 줄일 수 있다.
한화재팬이 태양광 패널 재활용 사업에 진출하는 배경에는 일본 정부의 정책 변화가 있다. 당국은 태양광 패널 대량 폐기 시점으로 예상되는 2030년대를 앞두고 자원순환 경제를 촉진하기 위해 태양광 패널 재활용 의무화 등 제도 정비에 나서고 있다. 일본의 신에너지·산업기술 종합개발기구(NEDO)는 2035~2037년 사이 폐패널 발생량이 연간 약 17만~28만 톤(t)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가장 먼저 대응책을 내놓은 곳은 도쿄도다. 도쿄도는 2025년 4월부터 단독주택을 포함한 모든 신축 건물에 태양광 패널 설치를 의무화하기로 결정했으며, 이를 통해 가정 부문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려는 계획이다. 이러한 정책은 가와사키시, 사가미하라시 등 인근 지자체로 확산되고 있고 전국적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크다.
이번 사업은 한화재팬이 작년 6월 출범한 파트너십 제도 '그린얼라이언스'의 연장선상이다. 그린얼라이언스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뜻을 함께하는 기업들과 공동의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플랫폼으로, 태양광 설비 기부, 개발도상국 지원, 친환경 모빌리티 관련 이벤트 후원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한화재팬은 일본에서 태양광 패널 리사이클링 등 친환경 사업에 적극적으로 앞장서고 있다. 일본 내 외국계 기업 중 유일하게 일본태양광발전협회(JPEA)의 적정처리 리사이클 분과에 가입해 업계 기준 마련에 동참하고 있으며, 일반사단법인 태양광패널리유스·리사이클협회 회원사로도 활동 중이다.
한화큐셀이 국내에서 추진하는 태양광 폐패널 재활용 사업과는 별개다. 한화큐셀은 올 초 특허청에 '에코리사이클 바이 큐셀(EcoRecycle by Qcells)'이라는 신규 상표를 출원한 바 있다. 작년에는 고려아연과 ‘태양광 패널 리사이클링 협업을 통한 자원순환체계 구축 프로젝트’에 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양사는 수명이 다한 폐패널 수집 네트워크와 자원 재활용 최대화를 위한 자원순환시스템을 구축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협업한다는 방침이다.
한화재팬은 2011년 일본에 처음 진출해 태양광 패널 판매와 발전사업, 임대사업 등을 영위해왔다. 2024년 말 기준 태양광 패널 누적 출하량 7.7GW, 주택 설치 수 18만 건을 달성했다. 한화재팬은 당초 한화큐셀 자회사였으나 지난 2023년 ㈜한화로 소속이 변경됐다. 이에 따라 법인명도 한화큐셀 재팬에서 한화재팬으로 변경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