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진유진 기자]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가 본격화되면서 중(重)희토류 가격이 불과 한 달 만에 200% 이상 급등했다.
디스프로슘 가격은 지난 1일(현지시간) 기준으로 유럽 시장에서 전월 대비 3배 뛴 ㎏당 850달러(약 118만원)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테르븀은 965달러(약 134만원)에서 3000달러로 210% 이상 상승했다.
가격 급등은 앞서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제한한 데 따른 것이다. 중국 상무부와 해관총서는 지난달 4일 △사마륨 △가돌리늄 △테르븀 △디스프로슘 △루테튬 △스칸듐 △이트륨 등 중희토류 7개 원소와 관련된 33개 세부 품목 수출을 금지했다.
희토류는 전기차 모터와 풍력발전 터빈, 항공기 부품, 반도체, 첨단 무기체계 등에 필수적으로 쓰이는 핵심 소재다. 특히 중희토류는 대체가 어려운 전략 광물로, 전 세계 중희토류 생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이 공급을 제한하면서 글로벌 산업 전반에 비상이 걸렸다.
일본 미즈호 은행의 사토 타카히로 애널리스트는 "수출 제한된 희토류를 다른 나라에서 생산되는 자원으로 대체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도쿄대학교 오카베 토루 교수는 "중희토류 공급이 장기적으로 부족해질 경우, 전기차 생산 자체가 멈출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역시 타격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미 공군 6세대 전투기 F-47에는 가돌리늄, 테르븀, 이트륨, 디스프로슘 등 중국 통제 품목이 다수 사용된다. 미국 방산기업 록히드마틴이 생산하는 F-35 스텔스 전투기의 경우, 1대당 약 417㎏에 달하는 희토류가 들어간다.
미국 방산 전문정보업체 고비니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 국방 시스템에 필요한 핵심 광물 1900여 종이 중국 공급망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중국 희토류 기업들은 실적 개선 기회를 맞고 있다. 중국 최대 희토류 생산기업 북방희토는 올 1분기 매출 92억8700만 위안(약 1조791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61.19% 증가했다. 순이익은 4억3100만 위안(약 830억원)으로 전년 대비 727% 급등했다.
중국 상하이 비철망(SMM) 소속 애널리스트 양가원은 "올해 글로벌 신에너지차 판매량이 1000만 대에 이를 것"이라며 "여기에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수요까지 더해져 앞으로 희토류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