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정예린 기자] DL케미칼의 미국 자회사 '크레이튼(Kraton)'이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고 핵심 제품 역량 강화에 나선다. DL그룹 품에 안긴지 3년여 만에 구조조정 카드를 꺼낸 가운데, 재무적 압박이 이어지고 있는 모회사에 어떤 파장이 미칠지 주목된다.
크레이튼은 지난 7일(현지시간) 오하이오주 도버 공장을 폐쇄하고 다이머(Dimer) 및 폴리아미드(Polyamide) 사업에서 철수한다고 발표했다. 파인 케미컬(Pine Chemicals) 부문 내 비핵심 사업을 정리해 체질 개선을 단행하겠다는 전략이다.
회사는 파인 케미컬 사업 내 고부가가치 제품군을 강화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파인 케미컬은 소나무에서 유래한 TOFA(Tall Oil Fatty Acid) 등 고부가 제품을 포함하며, 크레이튼의 핵심 사업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크레이튼 관계자는 "본 건은 파인 케미칼 사업부의 도버 공장에 대한 건으로 폐쇄를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한 전사적 수익성 및 재무구조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며 "다만 크레이튼의 타 공장은 해당 사항이 없다"고 설명했다.
크레이튼의 이번 사업 철수와 구조조정은 DL케미칼이 인수 이후 겪어온 수익성 저하와 투자 회수 지연 문제에 대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DL케미칼은 지난 2022년 3월 약 3조 원을 들여 크레이튼 인수를 마무리하며 합성고무와 바이오케미칼 등 고부가가치 사업으로의 포트폴리오 전환을 꾀했지만, 인수 후 크레이튼의 실적은 기대치를 밑돌며 시너지 창출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DLC US홀딩스를 통해 크레이튼을 완전 자회사로 보유하고 있는 DL케미칼은 실적 악화로 재무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이자 비용은 2022년 약 1285억원에서 △2023년 약 2050억원 △2024년 약 2145억원으로 매년 증가 중이다. DLC US홀딩스의 순손실도 2023년 약 2257억원에 이어 2024년 약 1379억원을 기록했다. 적자폭은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재무 건전성에 부담을 주는 수준이다.
민코 반 브리부르트(Minko Van Bruehlvoort) 크레이튼 파인 케미컬 부문 사장은 "우리는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고, 최대 가치를 창출하는 데 전략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이번 결정은 TOFA 정제 가격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며, TOFA 공급 확대를 통해 고객 지원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