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오소영 기자] 한국수력원자력과 두산에너빌리티, 대우건설 등 팀코리아가 체코 두코바니 원전 사업에 본격 시동을 건다. 현지 발주처와 곧 공식 회의를 열고, 신규 사무소를 마련해 3년 동안 설계와 인허가 절차를 밟는다. 터빈과 냉각탑 등 주요 기자재 공급을 맡기고 시공 분야에서 현지 기업 참여율을 70%까지 높인다는 목표다.
18일 체코 매체 '세즈남 즈프라비(Seznam Zprávy)'에 따르면 장민환 한수원 프라하사무소장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인터뷰에서 "(두코바니 원전) 계약 서명 직후 준비 단계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어 "발주처(Elektrárna Dukovany II)와 첫 공식 회의를 열어 설계와 승인 절차를 시작하고, 수개월 이내에 두코바니에 신규 사무소를 만들어 인력을 배치할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
한수원은 현지 공급사를 대상으로 한 설명회도 연다. 장 소장은 "자격을 갖춘 공급업체에 필요한 절차를 안내하고 협력을 강화하겠다"라고 강조했다.
한수원은 원전 시공 과정에서 체코 기업의 참여 비중을 약 70%로 예상하고 있다. 1·2차 계통 전반에 협력한다는 계획이다. 장 소장은 "1차 계통은 발전소 안전성과 신뢰성을 좌우하는 여러 구성품으로 이뤄졌으며 반드시 높은 기술 수준과 자격을 갖춘 기업들이 제작해야 한다"며 "체코에는 충분한 경험과 역량을 보유한 기업들이 많으며 기술 수준과 품질 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면 적극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 소장은 냉각탑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그는 "한국 원전은 해수를 냉각수로 사용하고 있어, (육상 냉각탑 건설은) 경험이 있는 현지 기업들이 거의 전담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한수원은 두산에너빌리티의 체코 자회사 두산스코다파워와 터빈 공급을 협의하고 있다. 체코 최대 건설사 메트로스타프(Metrostav), 원전 부품·장비·방사성 폐기물 저장용기를 제조하는 스코다 제이에스(SKODA JS) 등 현지 기업들과 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도 맺었다. 장 소장은 "향후 2~3년 동안 설계와 인허가 등 사전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이 단계에서 많은 체코 기업들의 참여가 필요하며 3년 후 기자재 공급사, 공사가 시작되는 2029년 이후에는 관련 인프라 건설에 참여할 업체 선정에 돌입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수원은 향후 18개월 이내에 발전소용 펌프와 밸브 등 보조기기에 대한 국제 공개 입찰을 추진할 예정이다. 역량 있는 체코와 한국 기업들의 참여가 전망된다.
일자리 창출 효과에 대해서는 2033년께 현장 투입 인력이 정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장 소장은 체코 인력을 최대한 활용하지만 부족할 시 다른 유럽 국가에서도 채용을 진행한다고 부연했다.
웨스팅하우스와의 협력 계획도 언급했다. 장 소장은 웨스팅하우스가 제어시스템을 공급할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답을 회피하며 "아랍에미리트(UAE)와 유사한 수준의 참여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수원은 웨스팅하우스와 지적재산권 문제를 해결하고 체코 원전 사업에 협력하기로 했었다.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수천억원대 로열티와 조단위 일감을 주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전 업계에서는 바라카 원전 당시 웨스팅하우스가 20억 달러(약 2조7600억원) 상당 기자재를 공급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장 소장은 프랑스 EDF가 제기한 국가 보조금 문제 또한 적극 부인했다. 그는 "EDF의 주장은 근거가 없으며 이는 계약 체결을 지연시키려는 전략적 시도일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당사 입장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에 적극 전달하고 있다"며 "지난달 28일 정보 제공 요청을 받아 성실하게 답변했다"고 부연했다.
장 소장은 마지막으로 두코바니 원전을 적기 건설하겠다고 자신했다. 그는 "지난 50년 동안 원전을 지으며 예산 범위와 약속된 기한을 지켜왔다"며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정확한 일정에 따라 프로젝트를 진행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두코바니 원전 사업은 체코 두코바니 지역에 4000억 코루나(약 26조원) 규모로 신규 원전 2기를 짓는 프로젝트로, 팀코리아가 지난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당초 지난달 7일 체코전력공사(CEZ)와 최종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었으나, 현지 법원에서 EDF의 계약 중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며 늦어졌다. 체코 상급 법원이 무효화 판결을 내린 이후 팀코리아의 수주가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