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LG와 SK그룹이 중국 시장을 겨냥해 기술 특허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지 공급망 안정화와 기술 독립 흐름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디스플레이·이차전지·반도체 등 핵심 분야에서 주요 기술을 특허화하는 움직임을 가속화하는 모습이다.
2일 중국 국가지식산권국(CNIPA)에 따르면 CNIPA는 LG와 SK그룹이 2020~2024년에 걸쳐 출원한 총 785건의 특허를 지난달 승인했다. LG그룹은 623건, SK그룹은 162건으로 각각 계열사 전반에 걸쳐 기술 출원이 집중됐다.
LG그룹에서는 LG디스플레이가 143건으로 계열사 중 가장 많은 특허를 확보했다. △LG전자(133건) △LG에너지솔루션(114건) △LG화학(44건) △LG이노텍(30건)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올레드(OLED)·플렉서블·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HMD) 등 디스플레이 신기술과 전고체 배터리, 이차전지 이상 진단 시스템, 양자통신 기반 인증 방식 등 미래 기술 분야 특허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LG전자는 기존 강점을 가지고 있는 가전은 물론 인공지능(AI)과 보안 통신 분야에서 핵심 기술을 확보하며 미래 기술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인공지능 장치 및 그 연동 장치 업데이트 방법(특허번호 CN120167060A)'은 여러 AI 기기 간 연동된 업데이트 환경을 구현하는 기술로, 스마트홈·사물인터넷(IoT) 서비스의 안정성과 확장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양자 통신 시스템에서 베이스 선택에 사전 공유 키를 적용하여 사용자를 인증하는 방법 및 장치(특허번호 CN120202638A)'는 보안성이 극대화된 양자 기반 네트워크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기술이다. 양자 키 분배(QKD) 기반 인증 방식은 향후 금융, 국방, 데이터 센터 등 보안 민감 산업에 적용될 수 있다.
LG전자와 세계 3위 자동차 부품사 마그나 간 합작사 'LG마그나이파워트레인'도 자동차 전동화 기술 관련 특허 2건을 등록했다. 이번에 승인된 특허는 ‘모터 회전자 및 그 제조 방법(특허번호 CN120167093A)’, ‘고정자 및 모터(특허번호 CN120226235A)'로, 전기차 구동 모터의 효율성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핵심 기술이다. 고효율 회전자와 고정자 구조를 구현해 토크 밀도와 열 관리 성능을 개선할 수 있는 기반 기술로 평가된다. 이번 특허 확보를 통해 전동화 부품 분야 수주 경쟁력을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는 디스플레이 폼팩터(Form Factor) 혁신을 위한 기술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투명 디스플레이 장치(특허번호 CN120224938A)',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장치(특허번호 CN120164386A)', '유기 발광 다이오드 디스플레이 장치 및 이를 포함하는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 장치(특허번호 CN120112117A)' 등을 통해 차세대 패널 시장에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배터리 분야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배터리의 내부 단락 진단 방법 및 이를 제공하는 배터리 시스템(특허번호 CN120188061A) △백형 이차 전지용 밀봉 공구 및 백형 이차 전지의 밀봉 방법’ 특허제목(CN120202108A) △음극 활물질, 음극 조성물, 이를 포함하는 음극 및 이를 포함하는 리튬 이차 전지(특허번호 CN120202557A) 등 안전성 향상과 소재 고도화 관련 기술에 대한 특허권을 손에 넣었다.
환경 소재 분야에선 LG화학이 △폐플라스틱으로부터 열분해유 제조 방법(특허번호 CN120092066A) △수처리 분리막 제조 방법 및 수처리 분리막(특허번호 CN120115025A) △리튬 실리콘 산화물, 이를 포함하는 음극 및 이를 포함하는 리튬 이차 전지(특허번호 CN120187668A)' 등 자원순환 및 차세대 음극재 관련 특허를 등록했다.
SK그룹은 같은 기간 162건의 특허를 승인받았다. SK하이닉스(62건), SK온(38건), SK이노베이션(24건)을 중심으로 SKC, SK넥실리스, SK지오센트릭 등 주요 소재 계열사들도 특허를 등록했다.
SK하이닉스는 △강유전성 터널 장벽층을 포함하는 반도체 소자(특허번호 CN120187044A) △반도체 소자의 제조 방법(특허번호 CN120152288A) △등 메모리 구조·소재 개선을 위한 특허를 집중 확보했다.
이중 ‘강유전성 터널 장벽층을 포함하는 반도체 소자’ 특허는 차세대 메모리 소자의 전하 저장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기술을 담고 있다. 기존 유전체 기반 터널 절연층 대신 강유전성 재료를 적용, 소자의 데이터 유지력과 프로그램·삭제 효율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강유전 물질은 외부 전압 변화에 따라 전기적 분극 상태를 유지할 수 있어 저전력 구동과 고속 스위칭이 동시에 가능하다. 이 기술은 향후 강유전체 메모리(FeRAM), 낸드플래시 등에 응용할 수 있으며, 미세 공정 환경에서도 높은 신뢰성과 정전용량 확보가 가능해지는 장점이 있다.
SK하이닉스는 작년 12월에도 CNIPA로부터 '강유전체 메모리 소자 및 강유전체 메모리 소자 제조 방법(특허번호 CN119183295A)'라는 제목의 특허를 승인받은 바 있다. 이번에 승인받은 특허와 기술 축이 유사한 만큼, SK하이닉스가 강유전 소재 기반의 차세대 메모리 라인업을 장기적으로 강화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실제 강유전체는 고속·저전력 특성을 갖춘 차세대 소자로 주목받고 있으며, D램·낸드 등 기존 제품군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어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기술 경쟁의 핵심으로 부상 중이다. <본보 2025년 1월 3일 참고 SK, 지난해 中 특허 1133건 승인…SK하이닉스 '강유전체' 차세대 메모리 IP까지 확보>
SK온은 '광소결 잉크 조성물, 산화물계 고체 전해질 시트 및 전고체 리튬 이차 전지(특허번호 CN120187806A)'와 '전기자동차용 소화 시스템 및 전기자동차용 소화 방법(특허번호 CN120191238A)'으로 전고체 배터리 안정성 향상 및 전기차 대응 기술을 확보했다. SKC는 '전기변색 장치 및 그 제조 방법(특허번호 CN120225953A)', 넥실리스는 '결함을 방지하기 위한 구리박 및 그 제조 방법(특허번호 CN120225732A)' 등의 특허권을 얻으며 신소재 사업 역량을 강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