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김명은 기자] 롯데GRS가 운영하는 국내 대표 토종 패스트푸드 브랜드 롯데리아가 햄버거의 본고장인 미국 시장에 문을 두드린다. 지난 1979년 서울 중구 소공동에 첫 매장을 연 이후 45년 만에 이뤄지는 북미 진출은 단순한 매장 확대를 넘어 K-버거의 글로벌화라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6일 롯데GRS에 따르면 롯데리아는 다음달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 풀러턴에 1호점을 개장하며 미국 시장에 첫발을 내딛는다.
롯데리아는 그동안 베트남,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 몽골 등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여러 국가에 진출하며 외형을 키워왔다. 서구권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은 시장 규모가 크고, 다양한 인종과 음식 문화가 공존하며 브랜드 충성도와 마케팅 파워가 매우 강한 나라로, 글로벌 외식 프랜차이즈의 격전지로 통한다. 맥도날드, KFC, 서브웨이, 스타벅스 등이 탄생한 프랜차이즈 문화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다. 롯데리아가 이런 곳에서 깃발을 꽂는다는 것은 K-버거의 글로벌 확산을 본격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미국 1호점이 들어설 풀러턴은 인근에 미국 서부 대표 버거 브랜드 인앤아웃버거(In-N-Out Burger), 글로벌 햄버거 프랜차이즈 맥도날드 등이 포진해 있어 경쟁이 치열한 지역으로 꼽힌다.
롯데리아는 전통 한식 요소를 담은 차별화된 'K-버거 전략'으로 틈새를 노린다. 불고기버거, 새우버거, 전주비빔라이스버거 등 이미 국내외 소비자들로부터 호응을 얻은 메뉴들을 현지화해 내놓을 계획이다. 실제로 롯데리아는 2023년과 2024년 두 차례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외식 박람회(NRA쇼)에 참가해 이러한 메뉴들을 선보여 현지에서 긍정적 반응을 이끈 바 있다.
풀러턴이 한인 밀집 지역이자 아시아계 커뮤니티가 강한 지역으로, K-푸드에 대한 수요가 높은 곳이라는 점은 롯데리아 입장에선 매력적인 요소다. 롯데리아는 이를 교두보로 삼아 초반에는 한인 교포와 아시아계 소비자를 대상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하고, 점차 미국 본토 소비자까지 저변을 넓혀간다는 전략이다.
롯데리아의 미국 진출은 단순히 매장 하나를 늘리는 차원을 넘어 글로벌 무대에서 브랜드 경쟁력을 검증받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수익성 중심의 내수 시장 운영과 함께 외형 확장을 병행하려는 롯데GRS의 전사적 흐름과도 맞물린다. 지난 2016년 1조1249억 원에 달했던 롯데GRS의 연매출은 한때 6000억원대로 하락했으나 지난해 9954억원으로 3년 연속 증가하며 올해 1조원 재돌파를 앞두고 있다. 그 중심에는 국내 리브랜딩과 함께 해외 시장 다각화 전략이 있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미국 프랜차이즈 시장은 경쟁이 치열한 곳으로 아시아 뿐만 아니라 유럽, 중동 지역 프랜차이즈들도 미국 진출을 '글로벌 확장의 필수 관문'으로 여긴다"며 "롯데리아가 의미 있는 성과를 낸다면 한국 외식 브랜드들의 미국 진출의 문도 함께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