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김예지 기자] LG전자가 유럽 냉난방공조(HVAC) 시장에서 정책 수립과 현장 설치 인프라를 동시에 장악하는 '현지 완결형 체제'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탄소 중립을 향한 유럽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발맞춰 고효율 히트펌프 기술력을 선보이는 동시에, 만성적인 숙련공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교육 인프라를 대폭 확장하며 시장 주도권 굳히기에 나선 모습이다.
15일 LG전자에 따르면 최근 영국 더비(Derby)에 ‘에어컨 및 에너지 솔루션 아카데미’를 확장하며 차세대 히트펌프 엔지니어 육성에 나섰다. 이는 지난달 크리스티아나 파파자하리우(Christianna Papazahariou) LG전자 유럽 HVAC 환경 및 규제 전략 총괄이 유럽 HVAC의 컨트롤 타워인 유로벤트(Eurovent)의 규정 준수 프로그램·정책 위원회(CPPC) 의장으로 선출된 것과 맥을 같이 하는 행보로 풀이된다.
LG전자가 확보한 CPPC 의장직은 유럽 내 냉난방공조 제품의 성능 인증 기준과 운영 원칙을 총괄하는 핵심 보직이다. 파파자하리우 의장은 향후 2년간 탄소 감축 규제 대응은 물론, 인공지능(AI) 기반의 제품 데이터 디지털화 등 미래 지향적 인증 시스템 구축을 진두지휘하게 된다. 이는 환경 규제가 까다로운 유럽 시장에서 LG전자의 기술력이 향후 인증 지침의 핵심 기준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협상 테이블에 앉지 못하면 메뉴판에 오르게 된다"는 파파자하리우 의장의 강조처럼, LG전자가 정책 결정의 중심에서 업계의 변화를 주도하는 ‘룰 메이커(Rule Maker)’로 올라선 것이다.
동시에 LG전자는 정책적으로 세워진 표준이 현장에 완벽히 안착할 수 있도록 영국 더비 시설을 통해 실행력을 보강한다. 히트펌프는 제품 성능만큼이나 정확한 설계와 설치가 효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더비 교육 센터는 LG의 최신 히트펌프 및 HVAC 시스템 실습 환경을 제공함은 물론, 영국 국가 공인 BPEC 교육과 MCS 인증 지원을 통해 즉시 투입 가능한 인력을 양성한다. 숙련된 인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함으로써 제품 신뢰도를 높이고 브랜드 로열티를 강화하겠다는 계산이다.
이처럼 LG전자는 유럽의 에너지 정책 방향을 선점하는 동시에, 그 정책에 최적화된 제품을 가장 잘 설치할 수 있는 생태계를 직접 구축하고 있다. 규제가 복잡하고 설치 인력 확보가 어려운 유럽 시장의 특성을 고려할 때, 인증 표준 주도와 인프라 확충을 병행하는 전략은 시장 내 강력한 진입장벽을 구축할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는 이러한 현지 완결형 체제를 바탕으로 화석연료 보일러가 퇴출되는 유럽 시장에서 '가전 그 이상의 솔루션 기업'으로서 글로벌 HVAC 시장 공략에 쐐기를 박을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