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김예지 기자] 독일 소프트웨어(SW) 기업 SAP의 클라우드 비즈니스를 진두지휘하는 피터 플루임(Peter Pluim) 엔터프라이즈 클라우드 서비스(ECS) 총괄이 전격 방한해 한국 산업계의 심장부를 정조준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국내 주요기업들과 릴레이 회동을 가지며, 인공지능(AI) 기반의 전사적자원관리(ERP) 전환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클라우드 패권 공략에 속도를 높였다.
10일 피터 플루임 총괄의 공식 링크드인에 따르면, 플루임 총괄은 최근 서울을 방문해 국내 주요 기업 경영진과 릴레이 미팅을 진행했다. 이번 방한 기간 중 회동한 기업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LG CNS △한진그룹 △KT 등 국내 산업계를 이끄는 핵심 기업들이 대거 포함됐다.
플루임 총괄은 이번 방문에 대해 "클라우드 ERP와 비즈니스 AI가 우리가 함께 만드는 미래를 어떻게 재편하고 있는지 소통하며 에너지를 얻었다"며 "기술은 강력하지만, 고객과의 파트너십이야말로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는 힘이라는 진리를 재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연쇄 회동이 SAP의 비즈니스 AI 전략 및 대규모 클라우드 마이그레이션 사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현대차가 글로벌 전 사업장의 ERP 시스템을 'SAP S/4HANA 클라우드'로 통합 전환하는 약 1조 원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만큼, 플루임 총괄이 직접 한국을 찾아 고객사의 디지털 전환(DX) 여정을 지원하고 파트너십을 공고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플루임 총괄은 지난해 9월 삼성SDS 리얼 서밋 2025에 기조연설자로 나서 AI 풀스택 공조를 확인한 바 있다. 이번 회동 역시 당시 논의된 클라우드 기반 AI 협력을 구체화하는 한편, 지난해 4월 한국어 버전을 공식 출시한 생성형 AI 비서 '쥴(Joule)'의 실제 적용 사례를 점검하고 비즈니스 데이터 클라우드(BDC) 연계 등 고도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SAP코리아가 지난해 한국 진출 30주년을 맞아 대기업 중심의 ERP 서비스를 중견·중소기업(SME)으로 확대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한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플루임 총괄은 이번 방한을 통해 한국 시장의 기술 수용 속도와 전략적 가치를 재확인하며, 단순한 솔루션 공급자를 넘어 전략적 파트너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한편, SAP는 오는 2027년 기존 ERP 시스템(ECC)의 메인스트림 지원 종료를 앞두고 글로벌 기업들의 'S/4HANA 클라우드'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지보수 비용 추가 부담 시 오는 2030년까지 연장이 가능하지만, 보안 및 최신 기능 업데이트 등을 고려할 때 오는 2027년이 사실상 디지털 전환의 '골든타임'으로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 등에 따르면 글로벌 클라우드 ERP 시장은 매년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며 1000억 달러(약 146조원) 규모의 거대 시장 형성을 앞당기고 있다. 국내에서도 AI 도입을 위한 클라우드 마이그레이션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SAP와 국내 IT 서비스 기업 간의 협업은 더욱 긴밀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