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등용 기자] 군수용 물자에 쓰이는 텅스텐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중국의 수출 통제에 더해 이란 전쟁으로 군수용 물자 수요가 늘어난 탓이다. 텅스텐 공급망을 확대하기 위한 움직임이 빨라질 전망이다.
17일 가격조사기관 ‘패스트마켓(Fastmarkets)’에 따르면, 글로벌 텅스텐 가격의 기준이 되는 중간재인 ‘암모늄 파라텅스테이트(APT)’의 유럽시장 가격은 메트릭톤유닛(MTU·10kg 단위)당 2250달러(약 340만원)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만 두 배 오른 가격이며, 지난해 2월 중국이 텅스텐을 수출 통제 목록에 포함한 이후(340달러)와 비교하면 557% 급등한 수준이다.
실제로 중국의 수출 통제 영향이 컸다. 핵심광물 및 에너지 전환 공급망 전문 리서치 기업 ‘프로젝트 블루(Project Blue)’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텅스텐 수출량은 전년 대비 약 40% 감소했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텅스텐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해 전 세계 생산량 8만5000톤 중 79%를 차지했다.
최근 중동 지역 군사 분쟁도 텅스텐 가격 급등에 기폭제가 됐다. 텅스텐 합금은 고밀도 특성상 발사체가 운동 에너지를 유지하며 장갑을 뚫을 수 있게 해줘 △미사일 부품 △항공기 평형추 △포탄 △수류탄 △방탄 차량 등에 널리 쓰인다. 올해 헬기, 전투기, 탄약 등 군사 관련 텅스텐 소비도 1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캐나다 투자기관 ‘BMO 캐피털 마켓(BMO Capital Markets)’의 원자재 리서치 부사장 조지 헤펠은 “최근 12년 동안 원자재 시장에서 현재 텅스텐 만큼 공급이 부족했던 적은 없었다”면서 “즉시 가동될 수 있는 신규 프로젝트가 많지 않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이미 지난 2015년 이후 텅스텐의 상업적 채굴을 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서방국가들은 중국산 저가 텅스텐에 의존하게 됐다. 다만 최근 들어 중국의 자원 무기화가 본격화 하면서 스페인, 브라질, 호주, 미국 등으로 텅스텐 공급망 다변화를 시도 중이다.
한국도 텅스텐 대체 공급지 중 하나로 거론된다. 대표적으로 캐나다 광산업체인 ‘알몬티 인더스트리(Almonty Industries)’가 강원도 영월군에서 상동광산을 개발 중이다. 17일 텅스텐 선광장 준공식이 열리는 가운데 품위 65% 텅스텐을 연간 2300톤 생산한다. 이 중 2100톤은 15년간 미국으로 수출된다. 연간 2100톤을 추가 생산할 제2생산라인이 가동되면 국내에도 공급을 시작한다.
프로젝트 블루는 올해 글로벌 텅스텐 시장 규모를 약 160억 달러(약 24조원)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구리 시장의 약 5% 수준에 불과하지만, 최근 1년간 가격 상승 폭은 금이나 원유 같은 원자재를 크게 앞지른 상황이다.
